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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19. 2023

고양이 물루

누워있는 남자 

https://www.youtube.com/watch?v=dY2ojKpW8Z0&t=82s&ab_channel=M%C3%A1rioG%C3%ADrio





3년 전, 셀프 유배 생활 중에 위대한 카뮈의 친구이자 스승이었던 장 그르니에의 수필집 <섬>에서 상당 부분 다뤄졌던 챕터가‘고양이 물루'였다. 이것을 읽었을 당시 나는 무주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에서 그 당시의 여행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문을 열고 살았던 그곳에 오드아이의 흰 샴 고양이가 자주 들락거렸는데, 내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슬며시 와서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내가 다가서면 도망갔다. 서로의 썸을 좀 즐기던 와중 어느 날, 이 녀석이 문 앞에 쥐 한 마리 놓고 갔다. 고양이의 보은이랄까? 서른 인상의 첫 동물과의 교감이었고 그러던 와중 나중에 놀러 갔던 곳에서 학대받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보았다. 그 친구가 지금의 물루였다. 어찌어찌해서 데려오게 되었고, 그 이후 이 친구와의 나의 정서적 유대감은 상당히 발전되었다. 


불쌍한 물루는 주인 잘못 만나 (그때 당시 한참 노가다를 뛰었던 터라) 전국 이곳저곳 먼지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무려 청산도까지 가게 되었다) 그 영향인지 물루는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이 새끼 고양이는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는 맑은 눈을 가졌다. 사람의 품에 있어도 어느 고양이와 달리 가만히 누워있고 아주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쳐다본다.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생명을 내쉬며 품에 안겨 고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생명체에 대한 어떠한 감정을 하나도 느낄 수 없는 어느 사이코패스가 봐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품어 나오는 저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처음 물루를 데려 왔을때 공간의 낯섬으로 인해서인지 침대 밑과 틈, 그리고 부엌 밑에 숨어서 데려온 다음 날에는 그리 넓지 않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데 3시간이나 걸렸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물루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틈에 테이프를 발라놔서 케케묵은 먼지가 쌓인 모든 곳으로부터 봉쇄시켰다. (먼지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의 겁 많은 고양이 코스프레를 벗어난 채 집안을 날아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집 앞에 찾아온 가엾은 길냥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심지어 길냥이가 배를 뒤집어 까서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는 와중에도 올라타 효도르의 얼음 파운딩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눈을 보면 다시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물루를 데리고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가던 중 지나가는 사람들이 물루를 보고 행복한 표정을 짓다 이에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고는 뻥진 표정을 짓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찰나에 읽을 수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랑한다 물루야 건강히 같이 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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