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넘겼다. 새삼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는 것이 떠올랐다. 일상에 매몰된 채 몇 주를 살았다. 특별한 일이 없어 깨닫지 못했을 뿐.
어제와 오늘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변주. 결정적인 순간은 모두 지나고 나서야 이미 지나가버렸음을 깨닫는다. 잠깐 뒤돌아보는 그 순간마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멈춰있거나 걷거나 때로 뒤돌아보는 순간에도 발 밑으로 흐르는 시간은 막을 길이 없다. 조용히 그러나 정직하게 흐른다. 어디에도 없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계속 지금, 지금뿐이다.
그러니 아쉬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 없이 순간에 잘 머물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