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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Nov 22. 2023

나 카레 좋아했네

숨겨왔던 나의 최애음식

여행 중에도 점심시간을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건 배꼽시계다. 배고픔에 사무치면 하이에나처럼 거리의 식당을 찾아 헤맨다. 그때마다 우릴 구원해 준 것은 카레였다. 도쿄여행에서 우연히 만났던 카레집 3곳을 소개한다.


1. 카레 런치뷔페는 못 참지

“이 카레 가게 10회 금상 수상 도쿄에서 최선을 이겼다.” 시부야 길거리에서 반가운 한국어 광고판을 보고 홀리듯 들어왔다. 들어서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점심엔 카레 3가지 종류와 닭고기 토핑, 갖가지 반찬을 구성으로 카레뷔페를 운영하는 게 아닌가. 한 그릇은 999엔, 두 그릇은 1,155엔이었다. 배고픔에 굶주린 상태에서 156엔의 차이밖에 안 난다고 하니 당연히 두 그릇을 선택했다. 뷔페 이용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도 폭주한 것이다.


확실히 카레는 상을 받은 명성만큼 맛있었다. 1,400원을 더 냈다는 미련에 넘치도록 카레를 담았던 것이 과했을 뿐. 배가 부를수록 카레 애정테스트가 되더라.


닭고기를 양껏 담아 카레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얼음 가득 담은 시원한 녹찻물을 계속 리필할 수 있고, 반찬엔 김치도 있다. 든든한 한 끼가 절실한 순간, 점심카레뷔페는 분명 구원이었다.


1,575엔에 무제한 그릇 옵션도 존재한다. 하지만 두 그릇을 먹어보니 확실히 알겠다. 난 한 그릇도 충분한 사람인 걸. 카레를 먹고 적당히를 배웠다.


위치: https://maps.app.goo.gl/m9mi5Q1gBh1jpnxw6?g_st=ic

2.  야경도 식후경

도쿄타워의 야경을 따라 토라노몬힐즈 모리타워 주변을 걷고 있던 때였다. 번쩍번쩍한 최신 빌딩 사이로 허름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카레식당이더라.


이곳의 혜자 메뉴로 보이는 스페셜 메뉴를 골랐다. 카레에 토핑 2개를 선택할 수 있는 구성이다. 토핑 가격이 다른데, 스페셜 메뉴에선 무조건 카레포함 기본가격이니 이득이다.


난 소시지, 돈가스 오빠는 소시지, 가라아게를 골랐다.  갓 튀긴 토핑을 카레에 적셔 한 숟가락 뜨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이게 바로 일본카레의 매력이지.


밤 10시까지 운영해서 저녁식사 골든타임을 조금 놓치더라도 안심이다. 든든히 저녁 먹고 시바공원까지 산책하면 완벽한 야경 코스가 될 것이다. 기분 좋게 배 부른 상태에서 도쿄타워를 보니 더 예뻐 보였던 밤이었다.


위치: https://maps.app.goo.gl/tSYmmnCgNZVsw5f26?g_st=ic

3. 아름다운 협업

돈가스와 카레 두 가지 체인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도쿄여행 1일 차라 일본어가 적응이 안 됐는데 한국어로 주문이 가능해서 안심했다. 돈가스도 먹고 싶고 카레도 먹고 싶을 땐 카레에 돈가스를 올려서 먹는 게 공평하지 않나.


돈가스 올라간 카레는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예상한 평범한 맛이었다. 점심에 분명 가츠동을 먹었는데 저녁에도 돈가스를 먹다니. 또 먹어도 잘 아는 맛이라 편안하다.


디지털 키오스크와 1인좌석, 셀프코너에서 식당의 가까운 미래를 보았다. 직원이 없어도 혼자서 알아서 잘해요의 일상. 따뜻함은 이제 음식에서만 느낄 수 있으려나.


위치: https://maps.app.goo.gl/Y2tk7F23bMBYYo5S8?g_st=ic

알고보니 이 3곳 모두 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일본까지 여행 와서 프랜차이즈를 실컷 가다니.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양은 기본이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업하니 가장 눈에 띄는 안전한 선택지였나 보다.


카레를 뷔페에서 물리도록 먹고서 당분간 카레는 절대 안 먹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또 카레를 먹었다. 수많은 선택 중에 계속 카레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 나 카레 좋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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