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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오 Jul 30. 2024

나는 왜 항상 불안한 걸까?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달리는 우리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주중에 계속된 야근으로 주말이 되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쉬면서 하루를 보내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든단다.  


자기계발도 하고 인맥도 넓히고 뭔가 남는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내야 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가? 


런 생각에 쉬면서도 불안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단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이런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기 시간을 빈 시간 없이 꽉 채워놓는 타입,  
그래야 안심이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기계발 한다고 학원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고 인맥관리 한다고 모임도 나가고 빈 시간 없이 자기 시간을 꽉 채워놓고 바쁘게 산다. 그리고 난 열심히 산다고 만족하면서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전 주중에는 회사 마치고 중국어 학원에 다닙니다. 주말에는 부족한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 학원에 다니고 오후에는 경영 스터디 모임에 참석한 후에 인맥관리를 위해 다양한 모임에 참석 합니다. 항상 바쁘고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만 나름 남들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합니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행복도 국제비교 조사를 위해 다국적 빅 데이터 분석을 한 적이 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키워드가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쁘다.’라는 키워드였다.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는 불행이 아니라 행복과 연관된 키워드로 나타났다. 바쁘면 행복한 한국인이다. 


왜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불안하기때문이다. 바쁘면 불 안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이 불안한 걸까? 


이미지 출처 :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본문 삽화 중 일부



현대직장인들 불안의 원인으로 첫 번째 이유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성취주의가 불안의 원인이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 신분제가 엄격했던 시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로 동정을 받았으나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들’로 간주 되어 비난받으므로 실패에 대한 불안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해내지 못해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  승진에 대한 압박감, 팀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느끼는 좌절감,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 이러한 것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거다. 


우리 모두 나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내가 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지 않은가. 

한 방송사 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서구인과는 달리 한국인의 뇌는 늘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비교와 불안이 습관이 된 뇌를 달랠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니 비교와 불안이 습관이 된 뇌를 달랠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나는 ‘지금-여기에(Here and Now)’ 집중하기를 권 하고 싶다.


 ‘사자에게 쫓기는 토끼’를 생각해 보자. 당장 나를 쫓고  있는 ‘사자’ 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총력 을 기울여야겠지만 사자가 당장 쫓아오고 있지도 않은데 걱정을 하며 먹지도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다니는 것이라면 결국 지치고 영양실조로 죽게 될 것이 아닌가?


이때는 비현실적인 불안에서 벗어나 ‘현실(지금-여기에)’로 돌아 와야 한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살아서 숨 쉬고 있음과 나와 함께하 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그들과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나의 내면과 인격적 성숙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오랫동안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온 연구에서 확인된바, 행복한 인생의 비결은 돈, 명예, 인기, 건강이 아니라 ‘성숙한 인격’과 ‘친밀한  관계’가 핵심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빠르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빠르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불안한 이유는 한국의 압축성장이 가져온 폐해이다. 어마어마하게 빨리 발전했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것이 있듯이 정신을 잃어버린 거다. 경제가 발전하는 속도에 맞춰 바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는 거다.

 ‘남들은 달려가고 있는데 나도 가만있으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 면서 항상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불안해하는 거다. 내가 뒤처진다는 것은 내 체면이 깎이는 일이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교 국가인 한국에서 체면이 깎인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나 아가서 남들에게 잘나가는 나를 과시하고 싶다는 심리가 우리 마 음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 체면이 사는 길이고 그럼 난 행복하다. 그래서 오늘 도 우리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달리면서 멈출 수가 없 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90년대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국가도 달리고, 나도 달리고, 나에게 아파트라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영원할 수 없다. IMF 이후에 속도가 느려지니까 우리가 적응을 못 하는 거다. 한국은 자살공화국, 하루에 평균 37명씩 자살하는 나라이다.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무엇인가에 쫓기고 불안하다. 


이미지 출처 :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본문 삽화 중 일부



이런 집단적 불안이 한국 사회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고 불안하고 너무 바쁘게 달려가는 직장인 들에게 인디언들의 근사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예전에〈늑대 와 춤을〉이란 영화에 나온 인디언들의 이름을 아는가? 나는 그들의 이름이 인상 깊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머릿속의 바람’ ‘주먹  쥐고 일어서’ 그들은 참 이름부터가 철학적이다. 


인디언들은 초원에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다가 말이 지친 것도  아니고 인디언이 지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딱 서서 한참 있는다고  한다. 백인들이 너무 궁금해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인디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려서 혹시 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잠시 기다린다.”


 인생, 생각보다 길다.

쉬지 않고 빨리 뛴다고 앞서갈 만한 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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