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vs 짝퉁
3년 전 2015년 가을 경기도 남양주 한적한 시골의 대형 창고에서 이상한 세일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곳엔 연예인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젊은이들 인산인해를 이뤘고 행사 전날부터 젊은 이들 500여 명이 줄을 서서 뭔가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행사 주최는 패션 브랜드 ‘베트멍(Vetement, 프랑스어 ‘옷’)’이었다.
2014년 그루지아 출신 디자이너, 뎀 나 즈바살리아는 짧은 시간에 오버핏(Overfit), 해체주의, 레터링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디자인과 더불어 이슈가 되었던 것은 바로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의류의 가격인데 DHL 로고를 넣은 티셔츠가 33만 원에 판매하여 매진시킴은 물론 국내외 유명인들이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고에서 진행된 행사의 명칭은 ‘공식적인 짝퉁(Official Fake)’.
사람들이 한적한 시골의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은 바로 '짝퉁'이다. 짝퉁도 한국처럼 대놓고 디자인하면 패션계에 영감을 주는가 보다. 베트멍의 인기에 그 스타일에 영감을 받거나 디자인을 모방한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대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베트멍은 실제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들의 디자인들을 보고 재해석하여 남양주의 한 시골 창고에서 판매를 한 것이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신선했다. 브랜드는 회사의 소유이며 동일한 업계의 모든 경쟁업체는 적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벤치마킹이나 지적 재산권 침대에 대한 회사의 대응은 대부분 판매금지이다. 하지만 베트멍은 공식적인 짝퉁을 기반으로 오리지널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지적 재산권 침해와 같은 진부하고 권위적인 기존 방식을 탈피하였기 때문이다. 한적한 시골에서의 행사는 그들의 유머와 위트는 물론 짝퉁 디자인의 재해석하는 여유까지 보여준 훌륭한 포지셔닝이었다.
하지만 접근하기 쉽지 않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모자가 23만 원, 150만 원짜리 정품 후드는 75만 원에 판매되는 제품들은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완판 되고 말았다. 시골에서 짝퉁을 재해석한 제품을 베트멍 라벨만을 보고 구매한 소비자들을 보니 불황이니 청년실업이 역대 최고니 하는 기사들을 무색하게 할 만큼,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소비자들은 시골에서 팔아도 줄을 서서 사는 진풍경을 만드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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