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확신 그리고 자기 객관화
학부생 때 PWC 인턴을 함께 한 친구가 퇴사하게 되어 퇴사 사유를 물어보니 "세일즈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라며 직무를 바꿔 이직을 한다더라. 인턴 시절 업무를 빠르게 습득하여 주변에서 칭찬 일색이었을 때는 재밌었지만 작은 실수로 깨지고 사내 정치를 이겨내며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회사인지 전쟁터인지 모르겠다고. 본인은 루틴하고 일정한 업무를 하는 직무가 맞는 것 같다며 새로운 직무를 찾아 떠났다. 당시 그 친구의 나이는 26살, 나는 그 친구가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괜찮게 잘했음에 놀랐고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사전을 찾아봐도 '자기 객관화'란 말의 정리를 찾기 쉽지 않은데, 국민대 김옥희 교수의 인간관계론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자기 객관화란 자신을 객체로 알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기가 바라는 자신, 남들이 보는 자신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게 된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을 자주 만나보지는 못했다. 대부분 스스로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과나 결과가 아닌 내가 할애한 시간과 열정에 취하곤 한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 조직의 힘과 성과가 마치 내가 온전히 이뤄낸 성과라고 착각할 수 있다. 물론 기여도가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크면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이도 이뤄낼 수 있는 기도여도의 크기였는지, 나만의 스킬 셋으로 이뤄낼 수 있는 기여 도였는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유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부터 학부시절까지 자기 확신으로 넘쳐흐르는 삶을 살아오는 것 같다. '쟤는 당장 내가 꼬실 수 있어', '나는 컨설팅회사의 파트너가 돼서 억대 연봉자가 될 거야', '그리곤 나는 넥타이를 고쳐 메고 벤츠를 끌고 출근할 거야', '한강 보이는 멋들어진 펜트하우스에서 하우스 파티를 열거야'. 하지만 근거 없는 자기 확신과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무뎌져 가고 있던 자존감마저 무감각해지기 시작한다.
유학생 버프는 부모님의 서포트가 끝나면서 사라진다.
대부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유학생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유학생 버프'가 사라지게 된다. 자신감 하락과 무료한 삶은 '간지 나는 유학생'에서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나온 취준생'으로 변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부조화가 생기게 된다.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찼던 시절과 그곳에서 찾아야 하는 자기 객관화는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만으로 사회진출은 쉽지 않다. 비슷한 두 단어지만 함께해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사회에 나와 만난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잘 해온 사람들이다.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3 인칭 하여 보고 남들의 시선과 생각을 동시에 생각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그걸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있었다. 특히 그들은 '내가 틀리수도 있다.'라는 태도는 그 자체로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훌륭한 인재란 무엇일까? 훌륭한 인재는 자기 확신과 자기 객관화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가 드러난다. 오히려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욕구와 스스로 업무 방향성을 잡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자문하고 반성해봤으면 한다.
'나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인가? 인재인척 코스프레하는 썩은 사과인가?'
자기 확신에만 차있고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기 객관화는 게임에서 몬스터를 죽여 경험치를 쌓고 골드를 모아 아이템을 강화하는 개념이 아니다. 쉽게 말해 '버프'다. 사회인으로서 사회에 나와 외제차를 타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홈파티를 여는 걸 SNS에 포스팅하는 게 아닌, 자신의 삶을 확고히 건설하며, 쌓아야 하는 지식, 태도 그리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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