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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Aug 19. 2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다음 수업시간까지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려와라.    


이번에 교수님이 우리에게 내준 과제였다.    


어렵다.    


충격과 공포였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려야 한다니.    


분명 교수님은 무언가 의도를 가지고 계실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예술 대학의 교수님이시니, 분명 범상치 않은 생각으로 과제를 내주신 거겠지.    


꽃? 자연? 기계? 유기물? 무기물? 아니면 단색? 추상?    


대상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초에 아름다움이란 게 뭐지? 감히 인간이 아름다움의 가치 판단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우리가 무슨 미를 관장하는 신도 아니고….    


단순한 한 마디에 미의 본질까지 생각하게 하는 과제라니. 역시 존경하는 교수님….    


그때 갑자기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명제가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래, 결국 본질은 본질로 돌아간다.    


나는 아직 아름다움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위.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니까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우리 예술가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옷을 벗고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에 나는 교수님께 정말…, 정말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Charles Lewis Fussell< A Young Art Student (Portrait of Thomas Ea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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