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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솔로 플레이’가 아니야

by 박재우

얼마 전 너에게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지. 어떤 여학생에게 인스타 DM으로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단칼에 거절했다는 거 말이야. 이유를 듣고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어. ‘돈이 아까워서’라니. 물론 안 그래도 부족한 용돈에 할 것도 많은데 더치페이라도 부담스럽다는 너의 현실적인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와 사랑에 대해 꼭 한번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물론 네가 그 친구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만약 그 말이 너의 진심이었다면 네가 사랑이나 관계를 마치 ‘솔로 플레이’ RPG 게임처럼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었어. 한정된 돈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최대한 아껴서 오직 ‘나’라는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좋은 아이템을 맞추는 데만 써야 하는 게임처럼 말이야. 그런 관점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나의 귀한 포션이나 골드를 나눠주는 건 당연히 손해처럼 느껴지겠지.

하지만 나는 좋은 관계란 ‘솔로 플레이’가 아니라 함께 미션을 깨나가는 ‘코옵(Co-op) 플레이’에 더 가깝다고 믿는다. ‘나’ 혼자 최종 보스를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 목적인 게임 말이야.


코옵 게임을 할 때 우리는 기꺼이 동료에게 나의 마지막 힐링 포션을 건네주곤 하지. 왜일까? 그 동료가 쓰러지면 결국 미션은 실패하고 나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동료에게 무언가를 주는 행위는 나의 자원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우리 팀의 생존과 성공에 ‘투자’하는 가장 현명한 전략인 셈이지. 때로는 내가 앞장서서 길을 열고 때로는 파트너가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지. 그렇게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약점을 보완해줄 때 비로소 혼자서는 절대 깰 수 없었던 미션을 클리어하게 되는 거야.


나 역시 결혼 전에는 이기적인 솔로 플레이어가 될 때가 많았어. 하지만 너희 엄마를 만나고, 너희를 낳으며 인생이라는 게임의 진짜 재미는 함께하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지. 누군가를 진짜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 바로 이런 마법 같은 관점의 전환을 경험하게 된단다. 내가 건넨 커피 한 잔에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볼 때 ‘내 돈을 썼다’고 생각하는 대신 ‘우리 팀의 사기가 올랐다’고 느끼게 되거든. 그 사람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고, 그의 성장이 나의 성장처럼 느껴지는 것. 그렇게 ‘나’의 승리가 아닌 ‘우리’의 승리를 기뻐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 나중에라도 너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만난다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혼자서만 모든 걸 해결하려는 ‘솔로 플레이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무언가를 잃는 손해가 아니라 함께함으로써 혼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더 멋진 엔딩을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근사한 ‘2인용 게임’이란다. 너의 청춘이 그렇게 멋진 파트너와 함께하는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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