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종종 상상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내 삶은 더 자유로웠을 거고 더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아마 자유의 가치도, 행복의 의미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도록 힘든 일이었는데, 도망칠 수도 없어서 꼼짝없이 바닥을 기었던 날들이었다. 삶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내 존재의 바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거기서 늘 벗어나고 싶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이곳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가 되어서야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처음으로 살아봤다. 완전히 아이에게 맞춰진 삶을 살면서 역설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생각해보게 됐다. 아이를 돌보면서 오히려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바닥이 좋다는 말은 그 자체가 이미 내가 바닥에 있지 않다는 증거다. 내 삶에서 또다시 더 이상 깊이 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바닥을 만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 오늘의 글을 기억해야지. 바닥에서 혹시나 빛나는 보석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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