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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Jun 10. 2024

비가 하고픈 말

어깨를 두드리는 널
이해해야 할 시간이 지났다
골목길 처마 밑에 숨어선 관심일 거다
풀지 못해도 탓하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을 조르는 발걸음
빈 가슴을 속이던 양철지붕의 주저앉은 마음
답을 강요하는 질문의 휘두름
무척 모질다

어깨를 짓누르는 감정을 휘고

지는 것들의 무게를 비웃는 

바람이 분다

교만하게도 모질게

모스처럼 긴장하여 말을 더듬고
젖은 몸이 떨려 말을 더듬고
웅크리고 밤을 지샌
흐린 눈 비비며 일어나
어깨에 내린 먼지 툭 털다
하얀 속살에 놓인 네 발자국을 보고서야
하고픈 말이 뭐였는지 비로소 알았다

벌거벗은 몸 위로

손길 닿은 곳으로

비가 지나갔다
젖은 흔적마다 내일 붉은 꽃이 피고
부는 바람이 향기를 옮길 것이다


[그림출처 - 비 by ye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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