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낯익은 사람이 있다. 만난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데 친근한 느낌이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경제력 등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그 사람을 떠올려 본다. 그 사람의 빛은 블루다. 더하는 빛에 따라 코발트도 되고 그린도 되고 퍼플도 된다. 그러한 빛들 속에서도 느끼는 블루 같은 사람인 것이다.
반면에 나는 누군가에게 낯선 사람이다. 함께 있어도 조용하고 튀지 않는다. 친구들조차 나의 생각을 읽기 어려워하고 가끔 내가 던지는 말에 당황해한다.
나의 빛은 그레이다. 색채가 바뀌지 않고 명암만 있다. 문득 내 삶이 조금씩 페이드 아웃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다. 점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가지고 있는 빛을 이제는 버려야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는 낯익은 사람이고 싶다. 나만의 색채를 가진 무지개이고 싶다. 그래야 비 내린 뒤 가끔이라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인사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