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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기획 Mar 17. 2024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쓴다.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식의 저주에 걸리면, 소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병이 발동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쓰게 되고 문장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식입니다.


ㅁ 문제점 
◦ A공단, B기관, C의원회에서 비용자료를 수집하여 회계 담당자의 업무 부담 증가


중간에 너무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이해하기가 좀 힘들지 않나요? A공단, B기관, C의원회에서 비용 자료를 수집하는데 왜 회계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증가될까요? 문장의 의미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요? 


ㅁ 문제점 
◦ A공단, B기관, C의원회에서 비용 자료를 개별적으로 수집·관리하여 자료가 중복되고 정리지 
   않아 회계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함 


문장이 다소 길어진 다는 단점은 있지만, 문장의 의미 만큼은 더 명확해 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예시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배경
ㅇ 순환근무 시행으로 부서 내 맞춤형 직무교육 필요성 대두
ㅇ 전직 직원의 부서 적응을 돕고, 업무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책 필요 


순환근무 시행 때문에 부서내 맞춤형 직무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중간에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죠. 아래와 같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배경
 ㅇ 잦은 순환근무 시행으로 부서 업무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여, 부서 내 맞춤형 직무 교육 필요
 ㅇ 전직 직원의 부서 적응을 돕고, 업무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책 필요 


때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이라고 할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도 좋은 문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A사는 회사 발전을 위해 주 40시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 


언뜻 보면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직원들이 주 40시간 동안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는, A사가 ‘주 40시간 업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겠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맞게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것이 좋습니다. 


- A사 직원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 주 40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하고 있음 
- A사는 회사 발전을 위해 주 40시간 업무 제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음 


물론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뒤 맥락을 통해 충분히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꼭 길고 구체적으로 써야 되냐고 말이죠. 물론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수요자가 인지적 노력을 통해 전후 맥락을 파악하면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요자가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의 뇌는 과도한(?) 에너지를 쓰게 되고, 에너지 사용이 많아 질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게 됩니다. 이런 스트레스가 쌓인 끝에 수요자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겠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지식의 저주를 풀 수 있는 해독제는 간단합니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는 겁니다. 문장이 다소 길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훨씬 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확함 앞에 간결함은 숭고한 희생을 감내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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