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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유미 Nov 15. 2019

내년에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늘 궁금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을지, 그리고 회사 밖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소속 없이 일 하는 생활, 혼자 일 하는 생활은 어떨 지도 궁금했다. 


아마도 어쩌면 많은 사람은 이럴 때 아무리 궁금해도 대안이 생길 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다. 혹은 궁금증은 궁금증으로만 남겨두고 조직에서의 생활을 지속하거나. 그런데 여기 혼자 일해보고 싶어서, 혼자 창작 노동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어서 퇴사부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퇴사하셨어요?

어쨌든 퇴사 후 약 6개월 만에 첫 소설집이 나왔으니 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어떻게 퇴사를 하고 작가가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이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게 나에게는 오히려 “왜 회사에 들어갔어요?”라는 질문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 왜 회사에 들어갔느냐 묻는다면 대답이 쉽게 나온다. 그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었거든요.


약 5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빚을 다 청산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몸이 근질거렸다. (사람 욕심이란 게 끝도 없으니까…) 마케팅 쪽 일이다 보니 업무가 단순한 편도 아니었는데도 늘 좀이 쑤시고 어떤 갈증이 있었다. 매일 쉴 새 없이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일이라 더 빨리 지친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이럴 때 휴가를 가거나 다른 취미를 배우면서 조직 안에서 숨 쉴 구멍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했듯 나는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회사에 들어간 사람이었으므로,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회사를 나가서 혼자 글을 써보겠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시중에 나온 프리랜서 생존기, 프리랜서로서의 애환과 고충을 다룬 서적도 몇 권 읽어봤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집필 노동을 하고 싶은 나와 딱 맞는 사례가 아니기도 했거니와 이미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저자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랑 비슷한 무명의 누군가가 지속 가능한 창작 노동을 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읽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와 닿는 이야기, 내가 기대한 이야기가 시중에 없으니 나라도 써보자는 생각으로. 퇴사 후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프리랜서 창작 노동자로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고 지속 가능한 작업을 하기 위해 버둥거리며 느낀 점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모았다. 뭐든지 처음에는 강렬한데,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게 아쉬워서라도 기록하고 싶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사실은 아직도 기록하는 중이며, 그 말인 즉 아직도 프리랜서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말이다. 


내년에도 창작 노동자로 생존할 수 있을까?

그것조차 모른다는 게 이 일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불안조차 콘텐츠가 된다는 점도. 뚜렷한 성취를 거둔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듯 더 나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중인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고 믿는다. 신년 소원이 오로지 “내년에도 이렇게(창작 노동하면서) 살게 해 주세요.”인 초보 프리랜서, 혼밥, 혼영은 만랩이지만 혼잡(Job)은 처음인 한 사람의 버둥버둥 실험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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