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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근 Sep 09. 2020

03 오타와에서 겨울 나는 법 (새이)

초짜 서른, 두 여자의 글쓰기 프로젝트 <무쓸모임>



같이 쓰는 글감.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이다.





오늘 오타와에서의 겨울을 즐길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오타와에서 겨울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도시의 정체성은 겨울이 형성한다고 보면 된다. 사계절 중 일 년의 반을 차지하고, 영하 40도에 육박하며,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란 밋밋한 공무원의 도시에서 최고로 강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오타와의 혹독한 겨울에서 어떻게 잘 사느냐에 따라 이 도시에 대한 마음이 정해진다. 겨울을 그저 버티겠다는 마음만으로는 곧 벗어날 날만 세게 될 테고,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이 심심한 도시도 꽤 매력 있는 도시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오타와에서의 겨울을 즐길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첫 번째, 따뜻한 옷.

당연하지만 이토록 추운 곳에서는 따뜻한 옷이 필수다. 일이든 학교든 밖에 나갈 일들은 겨울이 되어도 계속 생기는데 그때마다 춥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일 년의 반을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럴 일을 줄이려면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


일단은 겉옷. 한 벌당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파카가 아니어도, 털이 두둑이 들어가 있고 가차 없는 오타와의 겨울바람을 막을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겉옷이 좋다. 최소한 허벅지까지는 막을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는 파카 속에 겹쳐 입을 수 있는 경량 패딩도 하나 장만하길 강력히 추천한다. 이 시국에 말해선 안 되는 브랜드의 경량 패딩의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괜찮은 울(Wool) 카디건도 괜찮다. 세탁하기는 까다롭지만 파카 안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데는 효과가 꽤 좋다.


여기에 빠져서 안 되는 건 방수 부츠다. 눈이란 녀석은 무르팍이 넘도록 내려도 골치지만, 더 환장할 때는 그것이 어설프게 녹아 슬러시처럼 길을 덮고 있을 때다. 그때 방수가 되는 부츠가 없다면 장담하건대, 절대로 오타와의 겨울과 친해질 수 없다. 그렇다고 여름에도 쓸 수 있는 레인부츠로는 안된다. 열 개의 발가락을 평생 달고 다니고 싶다면, 방한 장치가 되어있는 겨울 부츠를 장만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겨울 음식.

겨울에만 먹는 음식을 정해두는 게 좋다. 계절 음식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절에 먹으면 가장 그 맛이 도드라지는 음식들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싼 레드와인에 오렌지를 비롯한 과일 넣고 여러 스파이스를 넣어서 팔팔 끓여 만든 ‘뱅쇼'와, 사람들을 초대해서 집 창문에 김 서려가며 같이 먹는 ‘밀푀유 나베’가 있다. ‘뱅쇼'는 보통 나 혼자 있을 때 먹는데, 좋아하는 영화를 준비시켜 놓고 작은 스낵과 함께 따뜻한 이불속에서 홀짝거리며 마시는 걸 가장 좋아한다. ‘밀푀유 나베'는 꼭 몇몇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먹는다. 핫 플레이트 위에다가 올려놓고 계속해서 바글바글 끓이며 한둘씩 건져 먹는 고기와 야채 맛이 일품이다. 다 같이 후후 불면서 땀 흘리며 먹다 보면 어느새 몸이 사라락 녹아 있다. 이런 ‘계절 음식'을 몇 개 두면, 유난히 빨리 온 첫눈에 마음이 울적하다가도 기대할 것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달리 먹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야외 겨울 활동.

위에 겨울 음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겨울에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 배워 두거나 익숙해져 놓는 게 좋겠다. 오타와에서는 스케이트는 하나쯤 장만해 놓는 게 좋다. 공무원 마인드의 도시에서 운하 전체를 얼려서 스케이트장으로 만들 통 큰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매해 그렇게 겨울 축제가 열린다. 그때쯤 길을 걸어가다 보면 가방에 스케이트를 달랑달랑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진정한 오타와인이라면 매해 겨울 리도 운하에서 스케이트로 신고식은 해줘야 한다. 그밖에도 스케이트를 넘어서, 크로스컨트리나 스키, 스노보드, 겨울 낚시 등, 춥지만 바깥에서 즐겁게 움직이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긴 겨울을 그리 길지 않게 느끼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네 번째, 사람들.

오타와는 춥고 황량한 데다가 길기까지 한 겨울 때문인지 유난히 외로운 도시이기도 하다. 아마 공무원의 도시답게 가족 중심의 사회 분위기가 크게 한몫할 것이다. 그러기에 오타와의 겨울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참 중요하다. 해가 오후 3시만 되어도 져버리고, 어쩔 수 없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으로는 6개월의 어두운 겨울을 견디기가 어렵다. 나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최소 1인과 시시콜콜한 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최소 1인 정도 있어야 큰 정신적 타박상 없이 그해의 겨울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겨울이 오기 전, 모두가 마침내 온 따뜻한 햇볕 아래서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있을 때 그런 친구들을 만들어 놓는 데 힘과 에너지를 투자해보자.


지금까지 오타와에서 겨울을 보내는 팁 몇 가지를 나눠 보았다. 삶이 그렇듯, 무언가를 그저 견디며 사는 것보다 그 시간이 품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고, 내 품으로 옮겨 올 수 있는 것은 옮겨오는 게 지혜롭다. 평소보다는 친절했던 오타와의 겨울의 끝에서, 응석받이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쓰는 글이지만 내년의 나는 좀 더 지혜롭게 준비할 수 있기를, 그것이 사계절의 겨울뿐만 아니라 삶의 겨울에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슬쩍 끼워본다.




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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