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청청한 하늘이 바슬대는 볕 자락 내려줄 때
꽃치마 둘러 가지런히 산길을 걸으면
마주한 이웃들의 눈썹이 떠오르고
새로 산 팔찌 걸고 하늘빛에 비춰보다가도
이내 떠오르는 이의 몫으로 고이 두고 웃음 짓는
너른한 마을
어둔 밤이 찾아오고
아득한 꿈이었나, 나무창 힘주어 열어보니
바순 별빛을 소리 없이 내려주던 하늘은 참으로 우직할 뿐
아주 오래도록 사파의 별빛을 쐬며
아무렇게나 두고 온 미움은 희미해지고
하늘, 볕, 별과 산길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들어진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