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게 그러나 언제나 충실하게 울어대는 풀벌레들과 유난히 더 많이 들려오는 한껏 여유로운 슬리퍼 걸음마저 평화로운 밤.
"귀여워!" 쫄래쫄래 산책 나온 강아지 앞에 피어나는 사람들의 웃음이야 꾸준히 아름다운 밤.
설렜던 기억을 몰고 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에 더해, 쪄내리던 대낮은 잊어달라는 듯 서늘할 정도로 고슬고슬한 곁을 내어주는 공원의 벤치도 참으로 조화로운 밤.
편의점에서 하나 베어 문 메로나는 낙이 되고
바삐 팔을 크게 흔들며 지나가는 운동복 차림의 아저씨와 그와 늘 함께하는 라디오 소리마저 정겨운 그런 밤.
가로등 불빛을 더 아롱거리게 하는 크고 높다란 나무의 이파리들이 더없이 사랑스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