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바람 끝 저마다 꺼내 입은 외투처럼
이웃들의 따뜻한 면면이 찬란히 돋보이는
너그럽고도 수수한 계절.
부산스러운 출근길 스치는 이의 잰걸음 쫓아
주인 잃은 물건 챙겨주는 아저씨를 만나 넉넉해지고
설레듯 스미는 가을볕에 버스 안 창문을 가만히 열다가도 뒤돌아 씽긋
아가씨가 추우려나, 걱정하던 아주머니를 만나 따뜻해지고
널찍이도 푸른 하늘과 몽글한 구름, 우직한 산, 무던한 돌멩이, 그리고 경쾌한 새들에게 틈틈이 눈길을 두며
흘러가는 섭리에 스스로를 내어 맡긴 채
저문 듯 떠오르는 듯 어떻게든 존재하는 것들에서 위로를 얻는 한 계절.
시간에 기대기보다 순간을 살아내며
구슬땀 식혀줄 달가운 바람 소리에 애써 귀 기울여보는 또 하루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