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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n Lim May 19. 2020

“그 정도 문제는 그만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요!”

<신 거인의 별 하나가타> 부잣집 천재 도령의 야구 인생?!

   공을 갖고 하는 운동 대부분을 즐기는 편입니다만 여러 종목 중 야구, 축구는 좋아하는 것만큼 잘하지는 못합니다. 훈련보다는 실전을 좋아하는 터라 개인 연습을 거의 안 하고,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는 스포츠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습니다. 회사 야구 동호회에도 가입돼 있지만, 실상은 1년에 15차례 내외 갖는 리그시합에 두어 번 참석하는 불량회원입니다. 하지만 상황과 실력이 따르지 않아서일 뿐,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골프장에서도 야구 스윙을 고수한다고 주장하겠습니다!^^)     

야구동호회원인데도 시합에 빠지기 일쑤지만,  이 정도 기록이면 호타준족 아닌가요?^^

   야구 만화도 참 좋아합니다. 어릴 적 봤던 <4번 타자 왕종훈>을 비롯해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 끝난 <메이저>, 야구만화인 듯 연애만화 같은 <터치>, <H2>, <크로스게임> 등 아다치 미치루 시리즈(이 작가의 만화 중 소장하고 있는 건 복싱을 다룬 ‘카츠’ 밖에는 없네요.ㅠ.ㅠ),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에이스>도 읽었고….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몇 작품을 사둘만도 한데 너무 비쌌거나 때가 맞지 않았었나 봅니다. 집에 있는 야구 만화책은 하나, <新 거인의 별 하나가타>입니다.    


   리틀야구계에서 천재투수로 명성 높던 하나가타 미츠루. 시합에서 무리해서 던지다 생긴 어깨부상으로 치료를 받으며 복귀를 꿈꿉니다만, 중학생이 되어서도 끝내 회복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가 진학한 중학교 아구부는 폭력사건으로 폐부를 당합니다. 하지만 천재 주인공에게 불가능은 없는 법! 미츠루는 타자로 변신하고, 기존부원들과 동네야구팀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팀의 핵심 멤버인 카게히토 선배가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구가 되면서 그의 중학교 야구생활은 끝나버립니다.

   야구를 멈춘 그 앞에 다시금 배트를 들 수밖에 없게 하는 인물이 나타나니, 요미우리 자이언츠 3루수였던 호시 잇텟츠의 아들인 호시 휴마입니다. ‘메이저리그 양성 깁스’를 하는 등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은 그는 미츠루를 1대 1 승부에서 무릎 꿇립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금 꿈을 불태우는 미츠루와, 호시 휴마를 비롯한 많은 라이벌들의 고시엔을 향한 접전이 시작됩니다.  

   

   ‘신 거인의 별’이라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1960년대 유명했던 <거인의 별>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야구만화였던 모양입니다. 원작에서는 호시 휴마가 주인공이었다는데, 이 만화는 하나가타 미츠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원작을 보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거인의 별> 프리퀼 성격을 지닌 작품이 <신 거인의 별 하나가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스포츠를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 만화가 많이 있습니다. 이 만화 주인공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색다른 캐릭터입니다. 

   보통 주인공들은 뭔가 환경이나 재능적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시골 마을에서 자라다 상경했거나, 지지리 운동신경이 없었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인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등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미츠루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츠루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긴 했습니다.) 일본 굴지의 하나가타 모터스家의 후계자로 놀라운 재력과 지능을 갖췄고, 천부적인 야구 재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잘생긴 것은 물론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친절까지 장착했습니다. 중학생치고 또래보다 키가 작은 게 단점이었는데, 이 또한 고등학생이 되면서 완전히 달라지지요. 모자란 게 하나도 없는 학생입니다. 독자인 저조차 약간의 짜증이 날 정도로 완벽합니다. 수많은 고초를 겪어온 경쟁자들이 이 완벽한 부잣집 도련님을 꺾어줄 만도 한데, 결과는 그 반대입니다. 꼭대기에 선 계층이 더 많은 것을 갖는 이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야구’가 정말 매력 있는 스포츠임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만화에선 자동차 회사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이 중요할 것 같은 인물도, 주전에 밀려 마운드에 서는 게 요원해진 후보도, 폭력사건으로 야구에서 멀어진 학생도,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선배도, 학대를 닮은 아버지의 교육에 진절머리가 날 듯한 아들도... 결국 야구공을 들고 배트를 흔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합니다. 야구에는 환경적 특혜도, 환경적 제약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야구가 괜히 국민스포츠가 된 게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엄청난 저택에 살고 리무진으로 통학하는 미츠루가 지닌 경제적 환경을 제거하고 보면 그 역시 야구를 진짜 진짜 좋아하는 한 학생입니다. 투수로서 어깨가 망가졌어도 계속하고 싶고, 엄청난 투수를 보면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는 스포츠입니다. 최고 투수에서 최고 타자로 변신한 그가 천재인 건 분명하지만,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매일같이 스윙연습 400개, 베이스 주루 30개, 외야 러닝, 근육 트레이닝 등을 해가며 굳은살이 더욱더 단단해졌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부잣집 도련님의 엘리트 학습법이 아닌, 그저 야구에 미친 소년의 끊임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지요.     


   우리 회사 야구동호회 분들도 (저 같은 날라리를 제외하곤) 정말 야구를 좋아합니다. 정보력만 해도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동향에 빠삭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를 가리지 않는 등 실전에서도 뛰어납니다. 집에서 연습도 많이 하시겠죠. 그러니 쉰에 이른 선배분들이 저보다 훨씬 빠른 볼을 던지고 타격 센스도 좋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파워와 체력이 남다르고요. 대단합니다!

   저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야구는 9명, 후보까지 치면 1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스포츠고, <신 거인의 별 하나가타>에서처럼 오합지졸이라도 즐길 수 있는 법입니다. 벤치에 앉아 박수 치며 응원하고, 대타나 대수비로 구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게 문제일 뿐! 올해는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동호회 모임에 많이 참석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일단, 이사 올 때 어디 둔 지 기억 안 나는 유니폼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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