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얼굴은 점점 뭉그러져 간다
언제나 메말라있는 네 눈가는
나처럼 쉽게 울고 싶대
흐르는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어
창 밖 세상을 멍멍히 들여다보면
차라리 훨훨 날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러다 땅속으로 금방 처박히면
우리는 아무런 슬픔도 느끼지 못할 거야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그 밑으로 지구의 핵까지
침울한 공기 가득한 한평 남짓 좁은 방안
눈물 가득 품은 구름 머리 위로 모여들어
그렁그렁 해지지만 결코 흐르지 않는다
내가 너라면 벌써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을 텐데
흐린 날 흐린 얼굴의 너
쏟아질 듯 결국 쏟아질 수 없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