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를 사랑한 개구리.

닿지 않는 말들이 공중에 부딪혀 조각이 나고 서로를 벤다.

by 월하수희

우물 안 개구리는 오늘도 젖은 돌 위에 앉아,

하늘에 떠 있는 연꽃잎 같은 구름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그 작고 동그란 하늘을 검은빛으로 가득 채우며 뱅글뱅글 비상하는 검고 아름다운 새를 보았습니다.

까마귀는 오늘도 바람을 가르며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다,

우연히 우물에 갇힌 개구리를 보았습니다.

한입에 꿀꺽 삼키려 우물 위를 돌다 날개를 접고 부리를 가져댄 순간 개구리의 반짝이고 커다란 두 눈을 마주하고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까마귀가 말했습니다.

“너 참 신기한 아이구나, 나는 너의 반짝이는 두 눈이 정말 좋아.”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너의 날개와 깃털은 정말 멋지구나. 그게 널 어디로든 데려다주겠지?.”


그러나 둘은 서로의 말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서로 다정히 바라보며

“까악 까악”, “개굴개굴” 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눈에 서로의 모습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어느 한낮, 태양빛이 우물을 가득 채우자

까마귀는 깃털 하나를 뽑아 개구리에게 주었습니다.

그 깃털로 개구리는 햇빛을 가리며

시원하게 물 위를 마음껏 유영할 수 있었고,

밤이면 까마귀의 따뜻한 날개 아래 잠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저 넓은 하늘을 쏘다니다 잠시 개구리를 만나러 오는 까마귀의 날개가 미워졌습니다.

까마귀는 개구리를 가둬놓은 작은 우물이 미웠습니다. 개구리를 데리고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둘은 말만 다른 게 아니라 생각도 달랐습니다.

생각도 다르고 표현도 달랐습니다.


개구리는 연신 펄쩍펄쩍 뛰었고

까마귀는 연신 푸덕푸덕 날갯짓했습니다.

개구리는 까마귀가 조금만 날개를 크게 펼쳐도 그대로 날아가 버릴까 겁이 났습니다.

까마귀는 개구리가 조금만 펄쩍 뛰어도 그대로 도망가 버릴까 겁이 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까마귀가 마음먹습니다.

“너도 이 좁은 우물 안이 싫지? 내가 세상 밖으로 데려가 줄게.”

까악 까


“우물이 싫지는 않지만 까마귀의 세상을 함께 하고 싶어 데려가 줘.”

개굴개굴


서로의 진심이 통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까마귀는 개구리의 작은 몸을 발톱으로 움켜쥐고 날기 시작했습니다.


축축했던 몸이 마르고,

상큼한 바람, 낯선 꽃향기, 흙냄새가 코끝을 간질일 때, 개구리는 까마귀의 발톱이 자기 가슴을 천천히 뚫고 들어오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까마귀도 쉽지 않았습니다.

개구리를 품은 채 날아오르는 것은

혼자 날던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조금씩, 둘 다 지쳐갔습니다.


개구리가 몸부림쳤습니다.

“개굴, 개굴... 아파. 추워.”

하지만 까마귀는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 울음은 까마귀에게 소음처럼만 들렸습니다.


“가만히 있어! 까악 까악”

까마귀는 소리쳤고,

몸부림치는 개구리를 더욱 세게 그러쥐었습니다.

그럴수록 발톱은 깊숙이 파고들었고,

개구리는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개굴, 개굴... 정말... 죽겠어.”

까마귀는 몰랐습니다.

개구리의 가슴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개구리는 이제 두 눈 가득 까마귀를 담는 대신 눈물만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 개구리를 까마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개굴개굴 시끄럽다며 다시 우물 근처에 던져놓고는 그대로 떠나버렸습니다.

까마귀는 떠나며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난 널 우물 밖으로 꺼내줬어. 이제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겠지.’

그렇게 훌훌 날아가버렸습니다.


개구리는 버려진 걸 모르고 까마귀를 기다리며 그대로 우물가에 남았습니다.

말라버린 몸, 구멍 난 가슴,

다시 우물 안으로 뛰어들기엔

너무 지쳐 있었고,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뜨거운 태양이

작은 발가락과 가슴을 지지기 시작할 즈음,

개구리는 까마귀가 주었던

작은 깃털을 꺼내 들었습니다.

모두 타 없어질지라도 까마귀가 사랑했던 그 두 눈만은 지키고 싶어서.

검고 아름다웠던 까마귀의 깃털 하나로 두 눈을 가리고,

별도 달도 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죽어갔습니다


*당신을 아프게 하는 사랑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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