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위에서 사랑과 이별을..

생각의 연상 작용 이란 지독한 녀석.

by 월하수희

김수희는 어느 날 똥을 때리다가,

아, 내가 이별했구나! 그제야 실감했다.

이별이란 그런 거다.


출퇴근길 핸드폰에 각종 게임을 섭렵하고, SNS도 뒤적이다 슬슬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쑤셔 넣으려는 그 순간-

샤워기에서 알맞은 온도의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그 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숨 쉬며 멍하니 서 있는 아주 잠깐의 지루함-

그런 틈에 문득, 그 사람이 떠오른다면,

비로소 이별한 거다.


드디어 상대를,

그저 ‘누군가’로만 기억 속 어딘가에 방치할 수 있게 된 거다.


갑자기 이렇게 시원하게 응가를 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전엔 왜 응가가 조심스러웠나 라는 하찮은 의문점으로 시작한 생각의 연산 작용으로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 원인엔 ''가 있었다.


나는 예민한 장을 소유한 자로써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그와 함께 할 때면 일부러 좋아하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 가면서 장트러블을 막아왔다.


이놈의 생각의 연산 작용은 끊일 줄 모르고 그렇게 조심스러웠던 그 당시 내 모습을 상영해 주며 관객 관람 모드로 전환시키기 이르렀다.


유별났던 또 어느 밤 이 떠올랐다.

샤워하고 바디로션을 바를 때 거의 다 쓴 튜브가 ‘부루룩’ 하며 방귀 소리를 낸 것이다. 작은 욕실을 우렁차게도 울려댔다.

‘이 소리를 무조건 들었을 텐데, 내가 방귀를 뀌었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그런 하등에 쓸모없는 걱정으로 일부러 다 쓴 튜브를 보란 듯이 몇 번이나 부륵부륵 쥐어짰다.

이것은 절대 내 배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것임을 가별초의 대라 소리처럼 뿌우뿌우 울려댔다.


그게 정말 그럴만한 일인가? 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그 와 있을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예쁜 척을 하려고 노력했는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섹시와 편안함 그 언저리에 있던 그 속옷들은 다 그를 위해 준비했던 거고,

게으른 여자처럼 보이기 싫어서 괜스레 아침에 일어나서 통화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그렇게 별의별 해괴한 짓들을 떠올리고 보니, 이 정도면 정신병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들던 그때, 김수희는 깨달았다.

‘아! 내가 진짜 사랑을 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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