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재윤 Feb 12. 2022

특별함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소수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소수는 사람마다 유일하게 가진 지문과 홍채처럼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떨어지는 유일한 자연수다. 2와 3은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떨어지므로 소수다. 4는 1과 자기 자신인 4뿐만 아니라 2로도 나누어떨어지므로 소수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소수를 찾으면 2, 3, 5, 7, 13… 등의 숫자를 찾을 수 있다. 나누어떨어지는 수를 다른 말로 약수라고 하는데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약수를 갖는 자연수를 합성수라고 한다. 4, 6, 8, 9, 10… 등이 바로 합성수이다.


  소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RSA 암호다. RSA는 대표적인 공개키 암호로 디피Diffie와 헬만Hellman의 공개키 암호 개념을 기반으로 MIT대학의 학자 라이베스트Rivest, 샤미르Shamir, 애들먼Adleman이 만들어 이들 학자 세 명의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이다.


  RSA는 큰 수의 소인수분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소인수란 어떤 자연수의 약수 중 소수를 소인수라고 하고, 그 자연수를 소인수만의 곱으로 나타낸 것을 소인수분해라고 한다. 즉 n=p*q일 때, (n은 합성수 p와 q는 소수이다.) p와 q로 n을 구하기는 쉬우나 n으로 p와 q를 찾기 힘들다는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을 이용한 것이다. 다음의 두 문제를 풀어보자.


1. 13과 17은 소수다. 이 둘의 곱을 구하라.
2. 899는 두 소수의 곱이다. 두 소수를 찾아라.


  1번 문제의 답은 221로 누구나 풀 수 있다. 하지만 899가 어떤 두 소수의 곱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찾는 것은 어렵다. 답은 29과 31이다. 899를 900으로 어림하고 900은 30의 제곱이므로 30의 전후에 있는 두 소수를 곱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암호를 만들기 위해 가장 큰 소수를 찾으려 한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1억 자리의 큰 소수를 찾는 일에 엄청난 상금을 걸 정도다.

   

소수는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우리 삶은 어떤가. 


  삶이란 무엇인가.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다 지는 꽃들처럼. 저기 저 멀리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다 꺼지는 것처럼. 나도 그저 스쳐 가는 수많은 삶 중 하나일 뿐. 삶이란 이토록 허무했을까.

  삶이란 죽기까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다 떠나야만 하는 것인가. 좋은 학벌 혹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가져야만 할까. 돈 혹은 명예 이마저도 없다면 남부럽지 않을 외모가 필요한가. 만약 앞서 본 모든 것을 가졌다면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삶인가. 그렇지 않다. 자신의 특별함을 애써 증명하려고 하면 더더욱 괴로워질 것이다.

  특별함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삶은 오직 하나뿐인 소수처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며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나와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있겠는가.



우리 삶은 소수와 같다.

이전 28화 함께함이 기쁘지 아니한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