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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Oct 24. 2024

씨앗과 뿌리 그리고 땅

예술가와 을지로

24명의 예술가들이 피워낸 이야기는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그들의 삶에서 이곳에서의 이야긴 어떤 의미였을까요. 우리는 몇 년 뒤 어떤 모습의 그들을 만나게 될까요. 그들이 남겨놓은 것들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계속 피어나는 질문들의 실마리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얻어볼까 합니다.



예술가. 씨앗


사전에서 찾은 예술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술창조에 종사하는 사람, 즉 화가, 조각가, 건축가, 시인, 음악가(연주가), 무용가, 무대배우, 연출가 등의 총칭. 이런 의미로 위의 서구어가 사용되게 된 것은 비교적 늦어 18세기부터이며, 근대의 예술관념의 발생과 관련이 되었다. 좁게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 등의 미술가 특히 직업적인 화가를 의미하며, 16세기 경부터 이른바 수공직인과 구별해서 의식하게 되었다. 즉 단순한 수공적인 숙련기술의 소지자가 아니고, 천부의 재능이 있어서 여느 사람이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자가 아티스트라고 불리워지게 되었다.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는 시대에 따라 변동하여, 예를들면 18세기 말의 독일에서는 창조적인 천재로서 크게 숭배되었지만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시민사회에서는 실리주의, 속물주의의 희생물이 되어 보헤미언으로 간주, 사회의 관습이나 상습에 반하는 생활로 인해 경멸을 초래했다. 현대와 같은 고도의 기술사회에서는 인간소외의 상황을 타개하고 시정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청나라 말기(19세기 말) 이후에 예술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는데 그 이전에는 시서화겸선()이란 문인의 말이 내용적으로 가까움. 예가()와 행가()를 구별하는 논의가 원대(14세기) 이후 한창 성하였다.」  


예술가 [藝術家, artist, artiste] (미술대사전(용어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편집부)



언뜻 너무 거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천부의 재능'이라는 말, '인간 소회현상을 타개하길 기대받는 이들'이라는 말이 무겁습니다. 조금 가볍게 만들어 볼까요. 우선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 박사의 말을 빌어 '천부의 지능'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전환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뇌에 큰 손상을 입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그 재능은 하나의 단일한 기준으로 우월함과 저능함을 평가할 수 있으나 그 결과가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일 수 없습니다. 이유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지능'이 모여 '재능'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지능이 구성한 균형이 한 인간을 구성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자신의 취향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늘이 부여한 자신의 잠재된 재능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습니다. 예술가들이 걸어온 과정과 나아가는 방향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천부의 재능'을 알있고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렇다면 과연 예술가는 천부의 재능을 활용하여 '인간 소외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예술가는 귀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만들기도 하고, 대상과 공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귀해지는 것, 공감받는 것은 모두 개인을 소외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능력이 미치는 영역은 저마다의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한 사람이 세상 전체를 옮겨 놓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술가'들'로 복수가 된다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그들은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좌표에 위치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각자의 위치에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만든 파장이 퍼져나간다면 사회는 조금 더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우린 경험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 만난 24명의 예술가들을 통해 그들의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인 활동이 사회 공동체가 함께 성숙할 수 있도록 작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4명의 예술가들은 어떠한 흐름 위에 존재합니다. 각자 하늘에서 부여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예술을 도구로 삼아 자신이 지향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파동으로 사회에 퍼져나갑니다. 그 경로에 다른 예술가의 파장이 중첩됩니다. 그 과정과 결과는 타인, 지역과 공유되고 연결됩니다. 그렇게 어느 좌표에 씨앗이 심어진 이후 이전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파동의 간섭





모티브. 뿌리


예술가는 특정 '라이선스'가 없는 직업입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고자 '어떤 것'을 만들고 그것을 '공유'하는 과정을 업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쌓아갑니다. 그 정체성이 예술가라는 이름에 힘을 더해줍니다. 


때문에 예술가 개인이 어떤 지점에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하는지, 어느 방향을 향해 자라나고 있는지 너무 중요합니다. 24명의 이야기를 통해 창작의 모티브로 삼는 요소를 지표를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소 납작하지만 지역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인간'과 '사물'을 대치시키고, 창작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자아 탐색'과 '피아 탐색'으로 대치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얻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지역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꾸리거나 함께 창작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자신 안에 집중하여 창작하는 예술가일수록 지역과 연결되는 형태의 작업의 비율이 적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역을 창작의 모티브로 삼는 비율이 낮더라도 지역을 공유하는 이웃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을지로라는 도시 안에 있는 요소들과 사람들이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역에 뿌리내리며 도시에 쌓여있는 이야기들을 흡수하고 소화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차원의 창작물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을지로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기초 좌표
24명 좌표의 합








을지로. 토양


도시가 낡았습니다. 한때 발전한 시대의 상징이었던 곳이었지만. 방온과 방수에 취약해 여름과 겨울 긴장 됩니다. 겨울에 물이 얼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고, 여름에 물이 쏟아져 작품에 손상을 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없습니다. 때문에 모든 재료를 인력으로 들고 옮겨야 합니다. 큰 캔버스, 무거운 시멘트, 나무 각재 등등. 기반 시설도 좋지 않습니다. 배관은 녹이 슬고, 화장실은 쾌적하지 못합니다. 골목길 일대에 남아 있는 일제시대 하수구 뚜껑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정체된 시간을 짐작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을지로라는 공간을 점유했습니다. 가능하면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어려움이 많은 환경 속에서도 장소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이 있습니다.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역에 애정을 생기게 한 다음 6 가지 항목입니다.


1. 도시의 중심으로 오랜 시간 문화요소가 여러 형태로 쌓인 곳 (응답수 17)
2. 도시 구조 및 경관의 특수성 (응답수 16)
3. 재료 구매, 작품 제작의 용이함 (응답수 13)
4.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응답수 10)
5. 이웃들과의 관계 (응답수 8)
6.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의 용이성 (응답수 6)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 수가 아닌 단체수 17을 기준으로 한다.

  *본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인터뷰 내용 포함한 수치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의 용이성

을지로와 종로를 중심으로 4개의 지하철이 분포해 있습니다. 모든 역이 환승역으로 노선 4개가 이곳에서 만납니다. 지하철은 도심에서부터 서울 외곽, 경기도 까지 연결됩니다. 노선 중간에 환승하는 영역을 포함하면 수많은 경우의 수로 경기도 전체 주요 거점들로 확산됩니다. 저렴하고 이동이 용이한 대중교통은 서울 도심의 교통체증, 비싼 주차비, 아직 자가를 소유하지 못한 예술가들 모두가 편히 모이고 흩어질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 을지로 인근 지하철 역(도보 10분 거리)

종로3가역 : 1호선, 3호선, 5호선

을지로 3가 역 : 2호선, 3호선

을지로 4가 역 : 2호선, 5호선

충무로역 : 3호선, 4호선


▷ 지하철 종점(경기, 서울 외곽과 연결) 

1호선 : 인천 - 동두천

2호선 : 서울의 중심지를 순환

3호선 : 일산 - 송파

4호선 : 시흥 - 의정부

5호선 : 서울 강서 - 강동



이웃들과의 관계

"○○의 작업실을 공유하다 내 작업실을 구하게 되었다.", "△△형이 이곳에 있어서 오게 되었다.", "□□에서 알바를 하다 인근에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인연을 통해 을지로를 찾아왔습니다. 낡은 동네의 분위기를 아끼는 인연을 통해 낭만을 담아간 이들이 다시 자신의 거점으로 을지로를 선택합니다. 


좁고 휘어진 골목은 좁고 복잡한 건물 복도로 이어집니다. 거리를 거닐다, 전시를 관람하다,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갔다, 바에서 술을 한잔 하다 우연히 인근에 터를 잡고 있는 다른 예술가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동네에서 친구가 생깁니다.


지척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안정감을 줍니다. 내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내가 어려움이 있을 때 보호받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존재 때문에 지역은 더 편하고 안전한 곳으로 변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서울은 어느 시점부터 그린벨트까지 팽창했습니다. 신식 건물들이 커지는 서울을 채워나갔고 상대적으로 도심엔 오래된 건물들이 남겨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의 중심은 개발업자들이 항상 탐닉하는 땅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낙후된 동네라는 점, 언젠가 재개발이 되어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두 현상의 합으로 건물의 임대료 상승이 정체되었습니다. 두 요소는 공간을 점유한 예술가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건물주 혹은 관리인들은 곧 자본가 치환되어 사라질 건물이라는 것을 기대합니다. 때문에 건물이 더럽혀지거나 변형되는 것에 관대합니다. 이는 자신의 창작을 통해 공간이 오염될 수밖에 없고, 공간을 자신의 취향과 지향으로 바꾸고 운영해나가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재료 구매, 작품 제작의 용이함

인근엔 철공과 인쇄, 전자기기에 관련된 다양한 가공법을 다루는 공장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창작자가 구상한 작품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 주며 실현 가는 한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는 멘토이자 조력자들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기라성 같은 작가가 된 이들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때 지역의 공장들은 묵묵히 그들을 조력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덕을 입고 있습니다.


전자부품, 섬유, 화공약품, 도기 타일 등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조밀하게 형성되어 있있습니다. 도보 15분 내외로 수많은 상점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재료를 실물로 보고 테스트하고 자문을 받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예술가들의 작업의 효율을 높여줍니다.



도시 구조 및 경관의 특수성

조선시대 때부터 사람이 다녔던 길이 여전히 있고, 건축물은 180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건축물까지 다양한 시간의 건축물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런 도시 구조와 경관의 특수성에서 예술가들은 창작의 모티브를 발굴합니다.



도시의 중심으로 오랜 시간 문화요소가 여러 형태로 쌓인 곳

조선 건국 이후 시대 별로 여러 계층이 이곳을 공유하며 살아온 현장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것을 받아주고 확산하는 장소로서 역할도 함께 했습니다. 낮은 것과 높은 것, 옛것과 새것이 서로 마주하고 같이 살아갔던 곳은 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만들었습니다. 그 생동감 때문일까요, 꾸준히 창작자들에게 사랑받아 왔습니다. 젊은 유생들이 모여 계를 열었고, 다방에 모인 예술가들은 서로의 이상과 예술론을 가지고 토론하였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문화가 문학이 되고, 영화가 되고, 미술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공유한 지역의 상인, 공장의 소공인들도 함께 자신의 힘을 보태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관성은 여전히 유효한가 봅니다.



유통시장, 제조단지 분포도 2018(좌), 2024(우)




도시는 그들이 필요한가.


을지로는 예술가들에게 자양분이 되어 주는 장소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을지로도 예술가의 덕을 보고 있을까요. 온통 양분을 빨아가 토양을 척박하게 만드는 존재들은 아닐지. 언론을 보면 예술가들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과 그로 인한 도시 공동화, 기존 주민들과의 갈등 등 부정적인 사례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그들은 도시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골뱅이'와 '노가리'만 있었던 과거를 지나 지금 을지로는 문화 현상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장소가 되어 있습니다. '힙'이라는 접두어는 지역을 너무 납작하게 만들기에 세 가지 항목으로 어떤 영향을 다시 지역에 환원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간의 가치

24명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입주해 있었습니다. 1층은 제조공장과 유통업체가 사용하였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올릴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건물과 지게차가 닿을 수 있도록 건물 외부에 문을 달아 놓은 곳을 제외하곤 2층 이상은 사무 용도 외에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사무실들마저도 더 쾌적하고 좋은 수도시 시설이 있는 신축 건물로 빠져나가다 보니 높은 층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방치되고 비어있던 곳에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무용했던 공간을 유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실용되는 도시의 표면적이 높아질 수 있었고, 비어있던 공간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변하게 됩니다.


5층 : 5팀
4층 : 2팀
3층 : 8팀
2층 : 1팀
1층 : 1팀 - 중구청의 '공실개선사업'으로 공실을 공공에서 임대하여 예술가에게 사용권을 제공함.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 수가 아닌 단체수 17팀을 기준으로 한다.


을지 부동산의 을지로 예술 입면도, 고빵빵, The Art Plaza 을지미로 by IBK, 2023



시간의 가치

예술가들의 수가 적었던 2015년 이전으로 시간을 돌려봅니다. 수많은 공장들이 6시에 문을 닫고 소수의 노포들이 골목에 빛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골목, 현금을 다루는 공장 사장님들은 종종 '퍽치기(느닷없이 달려들어 한 대 퍽 치고 돈이나 물건 따위를 빼앗는 치기배. 또는 그런 일)' 사고를 당하는 일이 왕왕 벌어졌고 골목의 빈 공간은 노숙인에게 점령되었습니다. 사람이 빈 도시의 공백은 치안의 불안으로 채워졌습니다.


2016년 이후 예술가의 수가 많아집니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으로 낡은 것들의 멋을 살려 지역의 특수성을 장점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공장들이 문을 닫을 시간에 젊은 층들의 유입이 늘어납니다. "어떻게 이 골목을 들어가? 진짜 들어가면 뭐가 나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던 저녁 손님들의 방문은 얼마 후 "와 이게 멋이지. 어디 가서 이런 걸 보겠어"라는 자긍심으로 변했습니다.


낮에만 쓸모가 있었던 도시는 낮과 밤 모두 활기를 띠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가 온전히 사람들에게 쓰임이 있는 곳으로 변하게 됩니다.



감정의 가치

뇌과학에서 예술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감정을 주는 주체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예술 작품엔 시대상이 담겨 있고 그것을 관람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해하고 감각하게 합니다. 이 감각의 결과로 감정이 남아 기억이 됩니다. 기억은 뇌의 폭을 넓힙니다. 넓어진 뇌 안에 우리는 새로운 자극을 연결해 지적인 역량을 확장시키며 발전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공감을 넓혀나가기도 합니다. 더 건강한 내가 될 수 있도록, 더 건강한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예술가의 공간을 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대로부터 골목, 낡은 건물의 복도를 지납니다. 이는 도시인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획일화된 현대 건축물과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다양한 자극을 짧은 시간에 복합적으로 일어납니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모두를 자극합니다. 이런 새로운 자극은 감상을 만들고, 감상은 감정으로 남습니다. 개인에겐 감정을 확장시켜 주고, 함께 걸은 이들에겐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줌으로 우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 요소를 선물합니다.


을지로는 좁은 지역에 다양한 공간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개인이 좋은 느낌이 드는 곳을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예술공간들의 경우 필연적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곳으로 변합니다. 같은 공간도 다른 자극을 주는 곳으로 전환합니다. 이로 인해 방문자가 받는 자극의 경우의 수는 더 커집니다. 


'좋은 느낌'은 '나의 취향'과 연결됩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느 곳에 있을 때 좋은지, 누구를 만날 때 좋은지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 사람은 자신과 닮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소속감을 가지게 되며 이는 정서적 안정으로 연결됩니다. 을지로를 자주 찾는 이들은 분명 자신이 애정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선 그가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지향을 향해 나아가며 도시의 빈 공간을 서로 이해하고 소속될 수 있는 장으로 변화시켜 왔습니다. 이는 도시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삶에 큰 혜택으로 돌아갑니다. 


을지로 예술 평면도, 고빵빵, The Art Plaza 을지미로 by IBK, 2023을지 부동산의


이렇듯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연결하고 공유합니다. 개인의 행위가 계속 외부로 확장됩니다. 때문에 예술가는 개인이지만 도시 속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는 일부 공공재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시민은 그들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며 자아 성숙, 타인 존중의 과정에 겪게 됩니다. 다양한 '부족'은 좁은 길에서 섞이고 흩어지길 반복합니다.


'어느 부모에게 태어난 지 보다 어느 도시에 태어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어느 과학자는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느끼게 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형태, 건물의 모양, 시민성, 공유되는 감정 모두가 나를 구성하는 양분이 됩니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시대를 이해하면서 개인의 폭이 넓어집니다. 폭이 넓어진 개인들이 만드는 도시는 더 다정하고 안전해집니다. 예술은 그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예술가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곁을 열어준 결과 위협으로 채워져 있던 공백은 이제 곳에서 문화가 창발 하는 곳으로 변해했습니다.


그렇게 도시도 예술가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 미술대사전(용어편), 네이버 지식백과 

· 다중지능: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하워드 가드너, 김용사, 2001

· 만드는 사람들의 도시, 최도인, 어반이슈, 2021

· 을지로가 언제부터 을지로 였다고 #01, 작은 도시의 이야기, 청두, 2023

· 을지로가 언제부터 을지로 였다고 #02, 작은 도시의 이야기, 청두, 2023

· 을지로가 언제부터 을지로 였다고 #03, 작은 도시의 이야기, 청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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