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
내가 너의 유일한 언어이던 때가 있었다. 기뻐도 슬퍼도 '엄마'를 부르며 안겨오는 조그맣고 말캉하며 따끈한 존재를 사랑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속수무책. 불가항력. 미안해하지 않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나의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예쁜 너에게 나는 늘 부족하니까. 마음만큼 해주지 못해 항시 허기가 진다. 한 권 가득 사랑한다고 써도 모자라고 모자라다.
쌕쌕 잠든 아기를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임신의 밤들. 내내 불안했다.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 없었으니까. 마음이 바짝 졸아들다 못해 바작바작 타버릴 것 같았다. 탯줄로 연결된 아기에게 매일 물었다. 거기 잘 있니?
지금 여기, 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지. 품에 보듬고 볼 부빌 수 있는 지금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무칠 것을 안다. 봐도 봐도 보고 싶을 내 아기.
아기를 보면서 자주 생각한다. 어린 나의 기억 속 엄마처럼 아기도 내가 그렇게 좋을까. 애달플까. 그리울까. 잠결에도 다리에 다리를 비비며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을까. 꿈에서도 찾으러 갈까. 나는 우리 엄마의 발치만큼도 좇아가지 못하는데, 그래도 아기에게는 믿고 싶은 엄마일까.
내가 아기였듯 아기에게도 마흔이 오겠지. 마흔이 되어 기억 속 엄마를 돌아보니 부족하나마 애쓴 건 알겠다고, 아기가 생각해 준다면 좋겠다. 서툰 손길이나마 사랑받았었다고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 사랑의 기억이 네게 닥칠 겨울로부터 마음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한 번, 딱 한 번만 그래줬으면.
단 한 번을 위해, 아기, 우리는 함께 햇빛과 웃음과 이야기를 수집하자. 시간을 내어 노래하고 놀자. 즐거운 순간을 더 많이 찍자. 차갑고 황량한 밤에 꺼내볼 기억들을 넘치게 만들자.
거기 있어줘서, 그게 너라서 고마워. 온 마음으로 사랑해.
덧붙임.
나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엄마, 엄마가 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어요. 다음 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금이야 옥이야 기르고픈 소망이 있습니다.
동생아, 늘 미안하고 고마워. 아빠와 이모와 미미도.
육아 동지 남편, 날마다 고맙고, 사... 사... 사실은 네가 하는 일과 네가 말하는 미래를 다 믿어.
혹여 제 글에 눈길과 시간을 내어주신 다정한 당신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