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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Sep 10. 2023

지긋지긋한 월요병

오늘도 월요일을 견뎌내는 단단한 직딩들에게

오늘은 월요일이다.   

사실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나에게는 월요일이 시작된 것과도 같다. 일요일 오후 5시부터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고 그저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에 방바닥에 몸을 쫙 붙이고 누워만 있을 뿐이다.


2009년 이 회사에 입사하여, 결혼 휴가도, 출산 휴가도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꿋꿋이 13년을 열심히 다녔다.


적어도 대략 670번째로 맞이하는 월요일인데, 왜 아직 이놈의 월요일은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인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내 사무실 책상은 늘 나와 같다.


월요일은 말이다.


출근하면서부터 괜스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아무리 신나고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와도 내 미간의 川은 사라지지 않는다.  


별거 아닌 질문에도 날카롭게 대답하게 되고, 평소엔 소소한 농담에 까르르 잘만 웃었는데 월요일엔 전혀 그 농담에도 웃음이 나지 않는다.


오늘 나를 건드는 용(기 있는) 자가 있다면 그자의 행위를 빌미 삼아 퇴사의 칼을 뽑고야 말겠다.라는 심정으로 8시간 내내  단단히 벼르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


 꼭 기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직서 제출의 시발점이 되어 용자가 나타나지 않은 월요일을 보내고,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요일도 금요일도 어김없이 출근할 수밖에 없는 나다.


이상하게도 화요일부터는 나의 마음이 진정되면서 평소의 내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한다. 어떤 호르몬의 영향 때문일까? 단지 느낌적인 느낌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늘 그랬듯 빈속에 믹스 커피를 털어 넣고 웬만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뎌내며 물 흐르듯 금요일까지 무사히 회사 업무를 이어 나간다. 어떤 험난한 일이 생겨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월요일보다 낫다.


13년 넘게 월요병이 완치되지 않은 채 이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될 줄 몰랐다. 정말로.


되풀이되는 월요일의 무게를 매주 견뎌내는 직장인들이 대단하다. 그 직장인 중의 한 명인 나도 칭찬하고 싶다.


나에게 내가 칭찬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사소한 일에도 해냄을 대견하게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칭찬의 대가로 오늘 저녁은 자주 시켜 먹던 치킨 바베큐를 주문하려고 하였으나,


'아차, 월요일은 휴무였지......'


바베큐 사장님도 월요병이 아직 완치되지 않았나 보다.

 



회사 다니며 틈틈이 써 두었던 몇 편의 글을 발견했다.

내용으로 봐선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인 듯하다.

이 글을 읽다 보니 2021년 퇴사를 결심하기 전, 아직은 여력이 남아있던 '정 과장'이었던 내가 생각났다.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다.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정 과장이 어느 일요일에 써놓은 글을 발행하기로 했다.


 모든 직장인 여러분,

 오늘도 "이놈의 회사 때려치우던가 해야지."라며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쉴 뿐,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영원한 직장인 J,

 월요일도 잘 버텨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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