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02. 2018

한국의 맛

김치 담그기의 시작

김치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 아주 생뚱맞은 재료를 넣지 않는 이상 모든 김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담근 김치는 폭염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배추값 덕분에 조금 늦어졌다. 여자 동창이 그나마 가성비 괜찮은 배추가 있다는 해서 한 망을 구입했다. 


김치는 다양한 재료가 모여서 내는 맛의 교향곡이다. 어느 하나 튀는 것이 있다면 맛이 반감이 된다. 새우젓의 향이나 파 혹은 고추만의 냄새가 강해도 맛의 균형이 떨어질 수 있다. 오래간만에 배추다운 배추의 비주얼을 볼 수 있었다.  너무 큰 배추는 수확 시기를 놓친 것이고 작은 배추는 익기 전에 수확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깔끔해 보이는 배추보다 파란 잎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겉잎을 떼어낸 배추는 대부분 수확한 지 오래되어서 시들었기 때문에 떼어낸 것이라서 그걸로 담그면 김치가 질기다. 

배추는 끝부분에 살짝 칼집을 낸다음 손으로 잡아서 가르는 것이 배추 잎이 잘 살아 있어서 맛이 좋다. 1/4포기로 나누어서 소금에 절이기 위해 준비한다. 

우선 절이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므로 먼저 소금물에 배추를 담가 둔다. 5~6시간 정도 담가서 배추 잎이 유연하게 휘어질 정도까지 절이면 된다.

예전에 안주삼아 사놓은 먹태의 머리를 모아두었는데 이걸로 우선 육수도 우려낸다. 팔팔 끓여서 우선 식혀둔다. 

이날 양념의 핵심은 다양한 재료가 담겼다. 새우젓에다가 보리새우, 민물새우, 건고추, 멸치액젓, 서산 육쪽마늘, 생강등이 적당량 들어갔다. 마늘은 깐 마늘보다 통마늘을 사서 직접 번거롭게 까는 것이 맛이 좋다. 특히 깐 마늘은 중국산이 8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에는 스페인산 마늘도 많이 들어온다. 

무와 대파는 흰 부분 위주로 조금만 썰어두었다. 굳이 칼로 무를 썬 것은 채칼이 없어서다. 매번 생각나지만 담그고 나면 다시 채칼 생각을 잊어버린다. 

아까 우린 물에 밀가루와 물을 더 넣고 풀을 쑤기 시작했다. 들러붙지 않게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바쁘면 밥을 갈아 넣어도 되지만 지난번에 해보니 맛의 깊이가 생각만큼 없었다. 찹쌀은 진득한 맛이 있지만 시원한 맛이 덜하고 밀가루는 시원한 맛을 낼 수 있다. 

쪽파는 한 4cm 정도의 크기로 잘 썰어준다. 1/3단 정도 넣는 것이 세 포기김치에 가장 적당한 듯하다. 배추는 중간 크기로 묵직하면서 단단하면서 아래 흰 부분에 탄력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자... 드디어 재료가 준비되고 위에 고춧가루를 덜어냈다. 고추는 음성 고춧가루를 사용했는데 매운맛은 캡사이신때문이고 단 맛은 당분 때문에 나는데 한국 토종고추는 당분 함량이 미국의 타바스코나 일본 고추 다카노주메보다 많아 감칠맛이 더 좋다. 김장철에는 건고추를 준비하기 힘들지만 여름과 가을에는 건고추가 있으니 같이 갈아 넣는 것이 시원한 맛을 더할 수 있다. 

밀가루 풀과 양념을 넣고 잘 치대기 시작한다. 

황석어젓을 넣으려고 하다가 이번에는 그냥 패스했다. 황석어는 서해안에서 잡히는데 5월과 6월에 잡히는 황석어로 담근 젓이 살이 흐물흐물하고 노랗게 잘 삭아 황금빛이 난다. 황석어 대신에 민물 생새우가 들어갔으니 괜찮을 듯하다. 

잘 치대면 양념 냄새만으로 어떤 김치가 탄생할지 예측이 된다. 매콤하면서도 달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연상된다. 

절여진 배추를 찬물에 3~4번 씻어서 물을 빼낸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남은 양념과 아까 사 온 쪽파의 2/3에 양념을 더해서 파김치도 담가둔다. 

배추 속을 양념으로 채워 넣기 전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그리고 다시 다른 손도 비닐장갑을 끼고 김치의 양념을 골고루 발라본다. 오미자만 오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김치 역시 오미다. 김치를 담그고 바로 먹는 것은 생식이고 확오를때는 화식이고 발효가 되면 또 맛이 다르다. 

작년에 문경에서 오미자를 담아서 가져왔던 통에 이번에는 김치를 담가 둔다. 오미자도 오미고 김치도 오미이니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냉장고로 들어갔다. 조금 빨리 먹고 싶으면 실온에서 조금 더 익히는 것이 좋지만 천천히 익어도 그만이고 싱싱한 맛이 오래 유지되는 것도 좋다. 익으면 맛이 어떻게 변할까. 지금부터는 김치 속에 들어간 재료들이 알아서 맛을 만들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은 없다. 

이전 07화 가을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