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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9. 2020

찻사발

올해는 만나볼 수 있을지...

찻사발축제는 문경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의 찻사발 축제는 5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가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모든 분야에서 드라이브 스루와 사이버 세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가상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만약 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현실이 된다면 몰라도 직접 보고 만져야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열리는 축제는 지자체의 경제적인 부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로컬푸드라던가 지역에서 거래되는 로컬 장터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만나게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작년의 찻사발축제를 만나 본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1년이 훌쩍 지났다. 작년만 하더라도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걷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컸는지 알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 순간이 참으로 감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니 어떤 사람이나 가치는 대체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부 사람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때문에 마스크를 쓴 것을 제외하고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올해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색해 보인다. 문경새재같이 공기가 좋은 곳은 마스크보다는 그냥 숨 쉬는 것이 더 좋다. 

연못이 있는 고택에서 앉아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해는 건너뛰게 될 수도 있다. 봄꽃이 만개한 곳에 앉아서 연못을 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었는데 올해는 더욱더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장인의 손길이 하나하나 손에 닿은 찻사발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니고 때론 내미는 차 한잔에 눈인사를 하면서 돌아다녔던 이곳은 문경새재의 촬영세트장이다.   

찻사발 등에 발라지는 유약의 종류와 명칭은 도자기의 종류에 따라 도기유(陶器釉)·석기유(炻器釉)·자기유(磁器釉)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잠시 멈추어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했던 모든 일들을 돌아보고 이 시간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를 다들 고민하고 있다. 

2019년만 하더라도 2020년이 되면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슈와 전염병으로 생활이 확 바뀔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지만 문경에 자리한 장인들의 혼이 담겼던 찻사발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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