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민 Jun 03. 2024

건축가의 향기

도서관 산책

  

강서기적의도서관 / 이종민 그림

강서기적의도서관


신도시 지역의 도서관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조용해야 한다는 도서관의 불문율이 여지없이 깨어지고, 그저 부산하기만 하다. 젊은 부모와 재잘거리는 아이들. 간간이 노인들이 섞여 열기 아닌 열기가 공간에 가득하다.


평면이 호의 형태를 가진 건물의 창 너머에 동그란 잔디밭이 보이고, 그 가운데에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다. 이 동네에 터줏대감이던 큰 나무 한 그루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작은 건축. 건축과 사람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열기가 푸른 나무와 함께 아름답다.


기적의도서관은 ‘부유한 집 아이이건, 가난한 집 아이이건,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책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책 읽는 문화재단’이 MBC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와 협력하여 시작한 전국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의 결과들이다. 2003년에 시작하여 2022년까지 총 15개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 하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 고인이 된 고 정기용 건축가이다. 2011년까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이후에는 선생의 후학들이 프로젝트의 설계를 이어 갔다. 강서기적의도서관에서도 문득문득 정기용 건축의 냄새가 묻어난다. 이 건축은 ㈜휴롬의 김영기 회장의 후원을 받아 선생의 후학인 건축가 윤의식이 맡았다.  


생전에 정기용 건축가가 말했다. “건축가는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이고, 한 시대를 걱정하고 한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원형의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는 어린이들을 본다. 새싹인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며, 시대와 사회를 끌어가는 큰 나무로 커 갈 것이 분명하다. 책과 도서관은 그들의 양분이며 밭이다.


이 건물은 2019년 부산건축상 은상을 수상하였다. 상의 심사평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무수한 기능을 다루는 건축가의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그리하여 이 건축은 내부로부터 먼저 빛난다. 곳곳에 실용적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그것들은 모두 건축가와 의뢰자가 생각을 모은 흔적들로 보인다. 그리하여 다양한 표정을 지닌 건축이 사용자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것이 이 건축의 매력이다.’    


  

* 정기용 (1945~2011) : 한국의 건축가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한국에서 활동하였다. 작품에는 노무현 대통령 사저와 다수의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있다.

이전 13화 바다를 바라보거나, 숲속이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