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빠를 만나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꽤나 바쁜 일들이 많아서 한동안 브런치에 발을 딛지 못했다. 지필고사 기간이 되면 시험문제 출제부터 채점 완료까지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글을 쓸 여유 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아빠는 전혀 드시지 못하기에 체중이 너무 많이 빠지셨고 무엇보다 거동이 힘드시다. 두달 전까지만 해도, 아니지 한달 전까지만 해도 어렵사리 걸으시며 움직이셨고 적은 양이지만 식사도 하셨지만 지금은 액체류 이외에 전혀 식사를 못하시고 거동도 힘드셔서 휠체어를 타신다. 무엇보다 통증에 너무 힘들어 하신다. 마약성 진통패치와 진동제 때문인지 대부분의 시간은 주무시며 보내는 것 같다. 병원에서는 체력이 너무 떨어지신 아빠가 현재 항암치료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되어 잠정적으로 항암치료가 중단하기로 하였다. 우리 아빠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매우 앞선다.
한 순간에 변한 아빠의 모습을 엄마로부터 전해 듣기만 했어도 마음이 저려왔는데 직접 아빠를 보러 내려가는 기차 속에서도 계속 마음이 아려왔다. 5월 ct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 없다고 하셨었는데 정말 한 순간이였기에 더 큰 절망감이 내게 다가왔다. 아빠를 직접 보니 아빠는 살고 계시는 것 보다는 버티고 견디며 지내시는 것 같았다. 마약성 진통패치와 진통제로는 부족하신지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셨고 몸이 마르다 못해 뼈 밖에 남지 않은 아빠를 보며 아빠가 참 안쓰러웠다. 아빠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아빠, 요새는 무슨 생각으로 지내?
아빠: 그냥 별 생각은 없는데, 이러다 인생이 끝나는가 싶어.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해드릴 수 없었다.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아빠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아드렸다. 지금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아빠가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를 가지며 더 견뎌주셨으면 한다. 우주의 모든 좋은 기운들이 아빠로 찾아와서 조금의 치유의 기적이 다가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