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연과 필연 사이 그 어딘가
어제 ‘바다마을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하여 세 자매는 장례식에서 이복동생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큰 사건도, 큰 갈등도 없는 잔잔하고 소소한 영화였지만 그 어떤 왁자지껄한 영화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일본 특유의 배경에서 오는 영상미도 좋았고 그냥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평온했다. 늘 내가 바래왔던 그 평안함이 의도치 않게 찾아왔다. 영화를 다 보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가족은 우연과 필연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고.
대한민국의 한 남자와 대한민국의 한 여자가 나름의 이유로 만나게 될 확률
만나서 서로가 마음에 들 확률
마음에 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결혼을 할 확률
서로 합의 하에 자녀계획을 세우고 아이가 태어날 확률(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고 하나의 개체로 발생이 될 확률)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가족의 구성원이 될 확률
엄청난 숫자가 오가며 가족이 구성된다. 조금이라도 운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구성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가족이다. 우연의 우연을 거쳐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는 한 평생 함께 할 필연적 존재가 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가족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과정을 거쳐 온 신비롭고 명예로운 결과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가며 살아야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보편적 가치는 오히려 실천하기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우리는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