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노요코 Dec 09. 2021

큰 바다였던 나의 아빠

#12. 하고 싶었던 말을 어찌 다 삼키셨나요

가끔 입이 간질간질 할 때가 있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친한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론 험담하며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도 있다. 엄마랑 통화하며 왕창 수다를 떨고 그것도 모자라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조잘 조잘 말할 때가 있다.


아빠는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실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이렇다 하신 말씀이 없으셨다. 따로 나에게 유언 남기신 말씀도 없으셨고 그렇게 먼 소풍길이 떠나셨다. 처음에는 아빠의 묵직한 성품 때문에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보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게 아니었을 것 같았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다고 스스로 느끼며 살아갈 때, 얼마나 전하고 싶었던 말이 많으셨을까 싶었다. 그 많은 말을 어떻게 가슴에 묻으며 시간을 보내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헤아릴 수 없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릴려고 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나에게 아빠는   바다 같았다. 자식의 효도세살에  끝낸 것이라고 나에게 자식으로서 기대하신 것이 없으셨고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셨으며 뜨겁진 않지만 항상 한결같이 따뜻한 마음을 주셨었다. 나는  마음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더한 것을 주지 않는 아빠를 원망도 했었지만, 아빠가 주신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비로소 이제야 알게되었다.  그렇듯 나는 후회를 하고 있다.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빠를 정말 사랑하고 존경했다고. 아빠의 그 넉넉한 마음을 물려줘서 감사하다고. 나의 아빠가 되어주셔서 정말 행복했다고. 아빠에게 세 살 아기처럼 포옥 안기며 아빠를 정말 그리워했었노라고 맘 놓고 목 놓아 말하고 싶다.



이전 10화 아빠 보고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