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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노요코 Jan 19. 2022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리

#13. 내가 사랑한 것은 언젠가 나를 울린다.

나는 사랑이 많다기 보다 정이 많은 것 같다. 쉽게 마음을 내주고 쉽게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커져만 가는 그런 사람이다. 나의 이런 기질은 아빠를 닮았다. 아빠는 늘 관계의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 해 주셨고 주변 사람들을 정말로 사랑하셨다. 본인이 손해 보는 것은 개의치 않아하셨고, 자신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셨다. 계산적이지 않고 늘 넉넉한 마음으로 베푸며 사셨다. 강한 사람에게는 더 강하게, 약한 사람에게는 한 없이 약하게 대하셨던 아빠가 너무 그리운 밤이다.


어렸을 ,  아빠를 정말 사랑했다. 내가 손가락으로 아빠 손바닥에 세모 모양을 그리곤 했는데, 이것은 아빠와 나만 아는 내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표식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주변 친구들에게  말했고(ㅎㅎ) 아빠 친구들은 아직도 나를 “세모라고 부른다. 아빠는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없는 아빠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나는 울었다.


지난 주에는 졸업식이 있었다. 3년간 아이들을 졸업시켰기에 올해는 좀 무덤덤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 졸업 영상을 보니 주책맞게 교탁 앞에서 눈물을 훔쳐버렸다. 아이들과 마지막 날이기에 추억을 남겨주고자 나름 졸업식 행사를 열심히 준비했다. 롤링페이퍼, 마니또 카드 쓰기, 선물 교환식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내가 써온 편지를 담담하기 읽어줬다. 한 줄 한 줄 읽는데 내가 울컥한 나머지 간신히 눈물을 참아가며 편지를 읽었다. 편지지에서 눈을 떼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도 울고 있었다. 1년 동안 정도 많이 들고 서로 사랑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나의 원호.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묵묵히 곁을 지키며 위로를 건네주었던, 나를 무섭고 차가운 세상 속에서 버티게 해주었던 원호와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울었다.


눈물은 마음에서 잉태하여 눈에서 태어나고 뺨에서 머물다가 입술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나를 울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무엇)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기에. 그리고 상처주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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