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아빠
대상이 부재하고, 부재한 대상을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지 요즘 새삼 실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빠 생일에 생신상을 차려드리거나 늘 아빠가 계시던 곳에 가거나 아빠와 함께 가던 곳을 혼자가는 것.)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우리 아빠. 예수님의 부활의 믿음으로, 우리 아빠도 천국에서 하나님의 의로운 팔 안에서 평안히 계실 것이라고 믿고 애써 스스로 위로하지만 여전히 그립고 또 그립다. 손등에 사마귀가 두어개 있는 떡두꺼비 같던 아빠의 두꺼운 손이 너무도 그리워서 사진만 어루만지는 밤이다.
떡두꺼비 같이 두꺼웠던 아빠 손은, 언제나 나를 붙들어주며 나에게 한 없이 커다랬던 아빠의 손은 어느새 야위어 있었고 주사바늘로 인한 상처가 가득했다.
마음이 넓고 너무나도 깊었던 우리 아빠. 아프신 와중에도 자신 보다 남을 더 챙기셨던 때로는 바보같아 보여 아빠에게 볼멘소리를 내곤 했었지. 그 때 아빠의 깊은 마음을 알아주고 아빠와 그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의미 없는 후회는 나에게 아쉬움과 죄책감을 남긴다. 우리 아빠는 다 이해하셨을꺼야. 아빠는 나를 정말 사랑하셨으니깐.
간혹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천국에서의 다시 만날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연약한 인간이기에 아빠와의 재회를 골몰히 생각해본다. 예수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가셔서 예비해 놓으신다고 하셨던 것 처럼 우리 아빠도 나보다 먼저 가셔서 늘 그랫듯이 나를 위하여 먼저 예비해 놓으실거라는 믿음, 분명히 다시 만난다는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아빠를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길고도 어두운 밤을 지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