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아빠 없이 지낸 시간들
지금은 8월 3일 새벽 12시 40분.
비가 추적 추적 내린다. 과하지 않게 빗소리가 포근하게 들린다. 아빠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셨다. 비오는 날에는 막걸리를 드시며 비 오는 날을 즐기곤 파셨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비오는 날이 좋다. 침대에 누워 서늘한 바람 속에서 빗소리를 듣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빠가 작년 8월 8일에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거의 1년이 지나고 곧 제삿날이 돌아오고 있다. 그래서 일까. 기분이 괜히 우울하고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좋은 기억들 보다는 내가 못 해줬던 날들의 기억이 조각 조각 나에게 다가와 마음을 이리 저리로 흔든다. 그리고 나서 나의 마음은 지독한 그리움으로 가득찬다.
아빠 없는 나의 삶은 처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지난 1년간 잘 지냈던 것 같다. 너무 우울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행복하지도 않았던 지난 1년이었다. 늘 내 곁에 아빠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그 믿음으로 , 그 사랑으로 잘 버텼다. 늘 그랬듯이 여전히 나는 아빠를 의지하고 있다. 아빠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1년, 2년, 10년. 세월이 더 해져 나의 숨이 멎을 때 아빠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웃으며 눈 감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