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오랜만에 울린 친구의 메세지
어쩌면 브런치에 글을 써내려가는 순간은 나에게 참 고요한 시간이다.
바쁜 시간들 속에서 아빠를 되돌아보고,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한글자 한글자 지웠다가 쓰기를 반복한다. 16명의 구독자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심정으로 구독하셨을테니 감히 헤아리지 못할 그 마음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소 너무 바쁜 직종에 있는 친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늘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친구였다. 무려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내는 그런 사이.
아빠가 위암 진단 받으셨을 무렵 친구의 아버님도 어떠한 질병을 진단 받으셨고,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힘든 시간을 함께 겪은 친구였다. 각자의 삶이 바빴기에 서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늘 마음이 쓰이고 회복을 진심으로 소망하곤 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아빠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친구는 진심으로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통화할 수 있냐는 물음에 당연하다고 답하였다. 그렇게 몇 마디 대화가 오가던 중 친구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00아, 이제는 괜찮아?"
조심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슬픈 어조에서 친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친구 아버님도 위독하셔서 친구가 면회를 다녀오니 아버님이 뼈 밖에 없어서 너무 충격이었다는 이야기와 누구나 그렇듯 후회스럽다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친구의 문장들 속에 슬픔과 회한이 녹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잃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 감정들을 이야기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냈다.
대화를 마치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 요즘 괜찮나?
생각해보니 요즘의 나는 꽤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우울감도 있고 그리움도 있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것 같다. 겨울 방학을 맞이해서 남자친구와 삿포로+도쿄 여행도 다녀오고, 엄마와 10일동안 뚜벅이 제주여행도 다녀왔다. 학기 말 생기부 작업 때문에 눈썹 휘날리멸 바빠보기도 하고 방학 중에 늘어지게 자면서 여유로움과 게으름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
즐거운 순간들을 맞이할 때마다 아빠 생각이 번뜩 나는 걸 보면 여전히 그리움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한 문장으로 '아빠를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묻고 지낸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늘 마음 한켠에 아빠가 계신다는 믿음. 그리고 아빠는 늘 나를 이해해주시고 지켜주신다는 믿음.
그렇게 나는 하루 하루 이겨내가는 중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서 힘들어하시는 분들.
잃은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
무거운 마음 내려 놓으시고 오늘 하루 진정으로 평안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