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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Mar 17. 2016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 사람, 사람- 단편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 

 종종 그저 한없이 무력해질때가 있다.


 어쩐지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이 거대한 사회, 그보다 거대한 지구, 거대하다는 말 조차 점으로 만드는 우주. 그 속에서 인간은 그저 한톨의 먼지 같은 존재로 느껴질 때, 나는 티클보다 작은 점이 된다.

 세상이 내 손 안에 놓인 듯한 어린 한때가 분명 존재했었다. 하지만 몸이 자라고 더 이상 눈 앞에 보이는 일도 나 하나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좌초시키는 일이 잦아진다. 어쩌면 사람은 거대하게 태어나 점점 소멸해가는 존재가 아닐까.


 한 나이 든 남자가 있다. 알아주는 이도, 그의 행동을 알아차리는 이도 없지만 몇십년간 묵묵히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남자. 그는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는다. 그의 작지만 경이로운 행동을 담은 애니메이션, 프레데릭 백(Frederic Back)의 <나무를 심은 사람>.

나무를 심는 남자, 엘지아르 부피에

  

 이 드넓은 지구에 작은 점을 찍듯 매일같이 나무를 심는 남자 부피에. 그가 심은 씨앗의 대부분은 동물의 먹잇감으로 사라지거나, 또는 척박한 환경탓에 채 발아되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그는 이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일 심을 나무를 위해 건강한 도토리를 고른다. 그렇게 그가 심은 도토리 중 일부만이 살아남아 한 그루의 나무로써 자라나길 몇십 년. 어느새 그가 심은 나무들은 드넓은 숲을 이루고 건강한 땅을 되살린다. 그곳에 물이 흐르자 동물들이 찾아왔고, 척박한 환경 탓에 그 자리를 떠나갔던 사람들도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온다. 사람들은 녹음으로 가득한 숲을 보며 이 또한 그저 자연의 변덕 중 하나라 여기지만, 오랜 기간 부피에를 지켜본 주인공 남자만은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한 남자가 오랫동안 이어온 경이로운 행동이 얼마나 위대한 결과물을 가지고 왔는지를.


 애니메이션의 내용 때문인지 교육 채널이나 종교 채널에서 자주 틀어주던 애니메이션이다. 부끄럽게도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시인한다. 감독 프레데릭 백은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 작업에 온 힘을 쏟아부은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거장이다.(애니메이션계의 성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4만여 장이 넘는 그림을 일일이 손으로 그렸고 그 때문에 작업 도중 한쪽 눈의 시력을 영원히 잃게 되었다고 한다. 한 남자의 보답 없는 희생과 정성의 내용이 담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는 자신의 눈을 희생하면서도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나갔을 감독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 사람이 작품을 위해 내건 목숨 같은 정신을, 그 깨끗한 마음을- 나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참으로 감사했다. 

 

 어쩌면 사람은, 그리고 한 개인이라는 존재는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며 사는 것 만으로 아름다운 존재로 남다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단하고 위대해지기만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우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가를 되묻게 만든다. 


프랑스에서 득템했던 애니메이션 DVD! 색감이 짱이다!!!

 프랑스 유학 당시 DVD를 샀었다.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봤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DVD에서 본 영상의 색감은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투박해 보이는 스틸컷의 느낌과는 다르게 그림과 움직임 모두 굉장히 유려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선과 면의 질감은 경이롭고 색감 또한 훨씬 화사하다. 기회가 있다면 DVD나 훨씬 좋은 화질의 영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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