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살 수 있을까?

by EUNJIN



2018년이 끝나가던 12월 어느 날, 청약 당첨만 된다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유명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 아파트 소유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던 우리 부부는 즈음해 점점 자라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물질적인 환경과 '맞춰 사는 것'이 아닌 '누리며 사는'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것의 시작점이 조금 더 큰 집에서 오랜 기간 마음 놓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이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들처럼 부지런히 분양 정보를 모으거나 부동산 카페를 들락거려보지도 않은 채, 하룻밤의 벼락치기로 얻은 어쩌면 무지에 가까울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일단 한번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모델하우스 오픈 전부터 뉴스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에 걸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가 될 것이라며 이 아파트와 주변 시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당 1천만 원 가까이, 금액으로는 5억 이상 저렴해 주변 시세의 60% 수준이 될 것이며 당첨만 된다면 추후 그 이상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로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시세 차익의 단계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는, 정확한 분양가가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와 맞물려 모델하우스 주변은 주차 전쟁을 치르는 차들로 가득했고 짧은 골목길 하나를 빠져나가는데도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모델하우스는 실내로 들어서기 전부터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으며 드디어 내부로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꽉 들어찬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입고 있던 겨울 점퍼를 벗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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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홈페이지-출처.jpg < 출처 _ 자이 홈페이지 >



며칠 후, 다녀왔던 아파트는 분양 승인을 완료하고 분양가가 확정 공고되었다.

그래서, 얼마일까?

언론과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은 그 아파트의 분양가는 그래서, 과연, 얼마일까?



전용면적 95 ~ 131㎡로 총 558가구를 분양한 그 아파트의 분양가는 674,000,000원 ~ 899,000,000원!

최저 분양가는 전용면적 95㎡가 6억 7천4백만 원이었다. (확장, 옵션 별도 비용 추가)



1순위 청약자만 6만 3,472명 몰리며 평균 130.33대 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기록한 그곳은 심지어 서울도 아닌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였다. 주변 아파트의 같은 평형 시세는 12억~13억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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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 산 시간과 남편이 서울에 산 시간을 합치면 50년 가까이가 된다. 그 시간 동안 나도 그도, 성실한 사회인으로 요령 부리지 않으며 부지런히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특별히 사치와 낭비를 하지도 않았지만 적절하고도 기막힌 요령을 부리지도 않아서일까? 부모님의 도움 없이 그 긴 시간을 살아왔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힘으로 집을 살 수는 없는 나이 많고 능력은 모자란 어른이 되어있었다.


집이라는 것이, 아파트라는 것이 왜 한 인간과 그 가족이 삶을 꾸리고 유지해 나가는 안식처가 아니라 사고팔며 집값을 올리고 거기에서 얻는 차익으로 돈을 벌어 부를 축적하는 화폐와 같은 도구가 되어버린 걸까.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만 해도 입주를 시작한 6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그마저도 매물이 귀해 나오는 즉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쓰면서 낡아 가는데 가치가 내리지 않고 도리어 오르는 유일한 재화가 바로 '아파트'인 것이다. 진작 관심 가지지 못했던 것이, 그전에 미리미리 요령 부리지 않았음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서울에 사는 보통의 남녀들 중에 제 힘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유하고 너그러운 부모를 만나 집이나 돈을 척! 하고 안겨주는 환경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경제력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내가 모르는 그 세상의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설령 내 남편의 능력을 믿고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내밀며 "옛소! 갖다 쓰고 나누어 갚으시오"라고 한들, 꼬박꼬박 월급의 힘으로 사는 평범한 남자가 매달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기약 없는 무주택의 불안함과 불편함을 견디며 살 것인가. 쾌적하지만 과분한 집에서 이자의 노예로 살 것인가. 집 없는 가벼움인가. 집 있는 무거움인가.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 걸까...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남들과 달라도 내 멋대로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종잇장처럼 가벼운 팔랑 귀도 아니지만 독불장군처럼 귀 닫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 집은 그냥 '집'일 수만은 없는 것일까... 'HOUSE' 말고 'HOME'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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