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데 심심햐
재혼한 아내가 오래전 싱글일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로버트가 우리 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나는 불편하다. 아내의 오랜 남사친이라는 것도. 맹인이라는 것도.
그와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그는 얼마전 자신의 부인와 사별하였고, 죽은 부인의 친족들을 방문하는 김에 우리 집에 들른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아내를 알기 훨씬 전부터, 그들은 친분을 이어왔다.
어릴 때부터 사귄 남자랑 장거리연애를 하던 무일푼 청춘의 아내는
책과 문서를 읽어줄 알바를 찾아 그를 만났고,
그의 일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마지막으로 일 하던 날
맹인이 아내에게 얼굴을 만져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러라고 한 아내는 그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어 시로도 쓰려고 했다.
그 후로 그들은 서로 카세트 테이프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해왔으며,
잦은 이사로 지쳐가고 고립되었던 아내에게 그 우정을 소중했다는 거이다.
그의 방문에 시니컬하고 불편했던 나는
그와 하루를 지내게 된 저녁, 대화가 떨어져 가자, 텔레비전을 틀었고,
티브이에서 마침 나오던 대성당을 맹인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맹인은 나에게 함께 성당을 그려보자고 요청한다.
그의 손을 잡고 그리기 시작한 나에게
마침내 눈을 감고 그리라고 그가 시킨다.
그대로 하다 보니, 생각보다 대단한 대성당을 발견한다.
명성에 비해서 심심했다.
미안하다.
물론 나는 레이몬드 카바에 발꼽에 때만도 못한 무명 1이지만,
그래도 솔직할 수는 있잖나 싶다.
그러니까, 레이몬드 카버가 하고픈 말은
폄하했던 세계라도,
마지못해 맞닥뜨리고,
부대끼다 보면, 그 세계에서 대성당을 발견할 수 있고,
그건 또 대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거 같다.
맞는 말이다.
대성당을 짓는 데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그 작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더군. 그런 식이라면
이보게. 우리도 그들과 별방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겠지.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 중에서
위에 인용한 말처럼 말이다.
받고, 나는 이렇게 쓰고 싶다.
요즘은 대성당도 몇 번은 짓고 허물더라도 사람들이 죽지 않더라고.
그만큼 사람들이 오래 살고,
또, 기술이나 지식의 변천이 빨라서 자주 결함이 부각되거든..
너무 열심히 부지런히 짓지 말길.
못 보고 죽을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천천히 지어야
나중에 고칠 곳이 있을 때, 한 구석을 허물고 다시 짓기 쉽거든.
글만 에디팅이 필요하거나,
영화만 연출이 필요한 게 아니더라고,
우리 삶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끝은 어차피 대성당을 짓던 인부에게나, 우리에게나 없어.
대성당은 결국 계속하는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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