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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아네스캠프 Jan 10. 2023

취미는 뭐랄까 캠핑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분명하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살면서 때때로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설문을 할 때, 혹은 오프라인 관계에서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10대엔 온갖 구기 스포츠, 20대엔 영화나 축구, 30대엔 커피나 사진을 대곤 했다. 물론 다른 것보다 좋아한 것들이었지만, 영화감독과 작품을 파고들며 영화제를 다닌다던지, 커피 원두를 공부하고 라떼 아트를 만든다던지,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탐구하고 출사를 다니는 수준은 아니었다. 남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무난한 관심사 같은.


마흔을 갓 넘고 보니

그런 여러 관심사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정도론 충분했지만 마흔에 가까워지면서 별것 아닌 취미란에 가끔 망설여질 때가 있었다. '나이 마흔 먹도록 온전한 취미 하나가 없구나' 싶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이 슬슬 시작하는 골프에는 영 흥미가 없고, 주식이나 부동산은 취미인 동시에 부가수익으로도 기회가 있겠지만 관심은 아네스(=아내)만 못했다.


소비하는 인간 호모콘수무스

돌아보니 역시 난 버는 것보단 쓰는 것에 관심이 있는 타입이다. 주말에 1시간 거리 카페를 내달려 밥만큼 비싼 커피와 베이커리를 먹어도 기분 좋고, 특별히 살 게 없어도 스타필드 한 바퀴 돌고 할인주류 한 병을 사 오고, 넷플릭스/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유튜브프리미엄을 다 쓰지만 물리적인 시청시간보다 유행하는 콘텐츠가 막혀있지 않음에 편안함을 느끼는. 간이 작아 지르는 타입은 아니지만 적당한 소비에서 즐거움을 느낀달까.



벗 아임 스틸 헝그리

그럼에도 조금 더 온전하고 꾸준한 관심사로서의 취미에 대한 갈증은 있었다. 지출이 크지 않으면서 직장과 사사로운 삶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무언가. 그러면서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러다 2020년 말, 불현듯 캠핑을 떠올렸고(첫 글 링크) 텐트도 테이블도 없었던 그때로부터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이제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되묻지 않는다. 네, 제 취미는 캠핑입니다.



꽤 오래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 계절에 관계없이 캠핑을 할 수는 있을만큼 갖추긴 했지만 텐트와 장비욕심은 언제까지 생길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좋다는 장박캠핑을 해보긴 할는지, 아들은 언제까지 따라다닐는지, 그렇다면 아네스와 둘 만 다닐 순 있을는지, 나중엔 혼자라도 다닐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래도 10대 후반 칠판에 당구공이 떠다니던 때보다도 꽤 분명하고 꾸준하게 캠핑에 관심이 크고, 오래 하고 싶은 취미로의 확신이 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분명하게,

제 취미는 뭐랄까 캠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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