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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아네스캠프 Dec 09. 2022

하필 겨울, 첫 캠핑 분투기 #1

자칫하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연결된 이야기

▶ 2년 전, 캠핑을 시작했다.


시작은 텐트부터

텐트를 구매했던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패밀리 오토캠핑에 가장 적합한 '리빙쉘텐트(쉘터와 텐트가 결합된 형태)'로 처음부터 갔겠지만 나는 당시 새 차를 뽑은 만족감에 더해 '차박텐트'만의 감성에 꽂혀 있었고 다른 텐트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냐 처음부터 그냥 리빙쉘 텐트를 사~ 리빙쉘~~!


볼보V60은 웨건형이라 SUV보다 전고가 낮고 평탄화(뒷열을 접고 트렁크를 연결하면 싱글침대 공간이 나온다)를 해도 앉으면 머리가 닿지만 차 안에 잠자리를 만들고 텐트까지 이어지는 색다른 공간체험에 콩깍지가 씌워 있었다. 차에 누워 트렁크 문이 열리면 뷰가 눈 앞에 펼쳐지는 바로 그 감성!


2021년 새해 첫 날, 난지 한강공원의 6PM 뷰


여러 차박텐트를 검색했지만 탁- 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 구독하던 캠핑 크리에이터(생활모험가@big.bigchoi)의 텐트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으니 '아코플라 미니오토큐브 <사하라>'. 모든 구성이 모듈화 되어 있어서 옵션을 추가하면 차박텐트를 일반텐트처럼 바꿀 수 있고, 텐트 길이를 연장하거나 타프를 연결할 수도 있다. 초심자에게 이런 열린 선택지라니, 안전하고 근사했다. 70만원대 가격도 적당해서 얼른 구매했고, 주문제작이라 3~4주 가량 걸렸는데 첫 텐트를 받기까지 어찌나 기다려지던지.


이거시 아코플라 텐트의 차박 감성(북한강 리버뷰)




다음은 캠핑장 예약

캠핑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니 “요새 다시 유행이라 캠핑장 잡기 어렵다던데"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만 해도 '어디가 유명하고 어디부터 가볼지' 선택지가 충분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내 의식의 흐름은 네이버 포털에서 '(지역명)캠핑장' 검색하고 별점 4.5 이상 딱딱 골라 원하는 날 예약 끝!이었는데 웬걸 내가 고른 건 죄다 예약 마감.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서울 1시간 거리 이름 있는 캠핑장은 거의 한 달 내 주말 빈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포털에서 모두 예약할 수가 없고, 별도의 플랫폼(캠핏, 캠핑톡, 캠프링크)이나 캠핑장 카페에 연결된 예약 페이지를 써야 했다. 그뿐인가. 어떤 캠핑장은 몇 개월 사전 예약이 가능한 반면, 어떤 곳은 한 달씩만 열리는 데다 자정에 열리기도 하고 오전에 열리기도 해서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었다.

"캠핑예약 어셈블!"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저마다 사정이 있을 테니 시간이 자원인 초심자가 찾아다닐 수밖에. 캠핑 선배들의 리뷰를 모으고 추려, 북한강 리버뷰가 멋진 가평 '파이브 이모션' 캠핑장을 무려 한 달 반 뒤로 예약했다.




이젠 본격적으로 장비를 꾸리자

큰 결정들을 했으니 그다음으로 캠핑장비를 준비할 차례. 초보캠퍼를 위한 유튜브와 블로그, 카페글을 탐독하며 리스트를 꾸려가기 시작했고, 모두가 겪게 될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선택지1. 살 것도 많은데 좋은 거 따지지 말고 가성비템으로 부담 없이 꾸리자.


선택지2. 비싼 건 아니라도 이름있는 걸 사야 오래오래 쓰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년 간 30번 가량 캠핑을 다닌 준경험자로서 적어도 6:4의 비중으로 '선택지2'에 조금 더 힘을 주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캠핑용품은 아주 작은 식기부터 크게는 텐트까지 가성비템과 고가 브랜드템의 가격이 10배 차이가 난다. 초심자는 정보력 대비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은데 처음부터 검증된 인기 브랜드템에 발을 들여 이것저것 담다 보면 '이게 맞나...' 현타가 오는 동시에 배우자에게 말못할(?) 용품들이 늘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저가 제품이나, 출처 불명 카피 제품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고 나 또한 그랬다. 캠핑을 준비하는 초반 여러 조언을 해준 전 직장 후배 B는 "팔 수 있는 걸 사세요." 라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의미심장(?) 한 말을 했다. 나는 ‘안 팔고 쓰면 되지'란 생각으로 부담 없는 가성비템들을 사모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 용품들 몇몇은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불용품이 되었다.



캠핑용품은 몸에 닿고, 입에 넣는 걸 담고, 물과 불을 가까이하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이 검증되지 않거나 내구성이 허술한 제품들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와 맞는 제품을 핀셋처럼 골라내기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갈아탈 수 있게 중고 수요가 있는 제품을 사는 게 좋다. 구매품목을 줄이되, 사용기간이 긴 제품일수록 당근마켓에 거래가 있는 수준의 네임드로 시작하자.


"(캠핑)인생은 B(rand item)와 D( others) 사이의 C(ost Management)다." - by 유비아네스캠프


캠핑을 위한 기본 구성은

▶ 짐 싸려면 - 캠핑박스(하드/소프트)

▶ 자려면 - 텐트, 팩/망치, 그라운드 매트, 이불패드, 이불/침낭, 베개

▶ 앉으려면 - 테이블, 체어

▶ 먹으려면 - 아이스쿨러, 화기, 팬, 식기/수저, 케틀

▶ 다음 끼니도 먹으려면 - 설거지 용품

▶ 해지고 가족 얼굴 보려면 - 랜턴, 릴선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은

▷ 피칭용 - 장갑, 에어펌프

▷ 정리용 - (쿨러/박스)스탠드, 선반, 행어, 툴케이스, 데이지체인

▷ 관상용 - 간접조명, 화로

▷ 안구정화용 - 쓰레기봉투 팝업백, (키친타올/물티슈/가스)케이스


정도 되지 않을까. 나는 첫 캠핑 때, 집에서 쓰던 침구/식기, 원래 있던 체어/버너 그리고 화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구매한 것 같다. 그리고 차에서 다 자긴 어려우니 내가 잘 야전침대까지-


그리고 하이브로우, 토르, 밤켈, 루메나, 크레모아, 스탠리, 네이처하이크, 고투, 깃든, 아베나키, 몬테라, 미니멀웍스 등 살만한 브랜드들을 단기에 독파해나갔고, EGO(정신 차려!)ID(갖고 싶어!)의 끝없는 싸움 속에서 선택지를 타협해 나갔으며, "그래서 총 얼마 들었냐"는 아네스의 물음에 언제나 "100 정도?"라 얼버무렸다.


집 한켠에 모여가는 용품들
우리 닉네임을 새긴 시에라컵
거실에 야침 폈더니 아들 차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이제 준비 끝인 줄 알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우리의 첫 캠핑은 2월 3주, 아직은 영하를 오가는 겨울이었고, 살아 돌아오려면 동계 용품들이 필요했다.


일단 전기장판이 필요한 건 기본. 그리고 1인용 야전침대에 쓸 침낭도 구매했다. 그다음은 난로. 대류식, 반사식, 팬히터 등 종류가 많아 제품별 특징과 발열량, 가격대를 알아보고 대류식 등유난로 '파세코 CAMP' 시리즈를 구매했다. 등유난로를 사니 등유통이 필요해서 다시 공부, 절대 세지 않는 '노스필 제리캔'을 구매했다. 그런데 등유난로는 온기가 위로만 간다네? 온기를 아래로 내려줄 타프팬을 구매했다. 그런데 등유난로는 또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다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전실용, 텐트용으로 구매했다.


동계용품 꼬꼬무.. 첫 캠핑 그날 이야기


자칫하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날 좋고 볕 좋은 5월에 시작했다면 천천히 갖춰가면 될 용품들이 첫 캠핑부터 단번에 모두 필요했고, 초기 비용은 늘어갔으며, 나도 처음인데 잠자리가 춥고 불편했다거나, 기관지가 약한 아들이 감기에 걸린다면 힘들게 시작한 첫 캠핑이 씁쓸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게다가 아들 초등학교 입학 2주 앞이라 아네스는 잔뜩 예민해 있었고, 그 주말은 우리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High Risk, Low Return Game. 자칫하면 "여보.. 이거 힘들게 계속할 거야?"란 물음이 돌아올 수 있다.  


첫 캠핑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정신 차리자. 실패하면 안 된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용품들의 사용법을 찾아보고 공부했고, 방구석 시뮬은 계속되었다. Windy 앱을 깔고 바람이 불까, 눈비가 올까 열흘 전부터 검색했다. 주말 오전, 경기도 고양에서 외곽순환을 지나 가평까지 길이 막힐까 T맵에 예상출발, 예상도착을 검색했다. 그리고 출발 전날 하나라도 빠진 게 있을까 집과 주차장을 계속 오갔다.


그리고 바야흐로 출발 당일 아침이 되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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