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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펜 May 14. 2024

행복한 필리피노.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뜬 유튭 알고리즘 추천에 의해서다.

한창 태국여행 유튭을 열심히 보던 때였는데 어느 날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의 생활을 담은 채널이 추천되었다.

그때까지 동남아 문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그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이었다.

처음엔 힘들게 생활하는 모습에 놀랐고 그다음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에 놀랐다.

필리핀 인구의 70프로가 빈곤층과 저소득층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힘든 일을 하고도 우리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천 원짜리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삶을 살면서도 얼굴에는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가 번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쳐 난다.

또 이들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인생을 즐긴다.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스페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기꺼이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열고 그 기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민족이다.

삶에 굴하지 않고 그들만의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행복은 금전적인 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필리핀 사람들의 대다수가 빈곤층이지만 대다수의 필리피노들은 행복하다.

특히나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우울증과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그 다름이 확실하게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다.


학교 건너편에 손님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4인용 전동 바이크 운전자들이 꽤 보인다.

바이크는 아주 낡고 더러웠고 그 운전자는 바이크만큼이나 힘들어 보이는 이가 다 빠진 할아버지다. 

그러나 아주 친절하고 유쾌하다. 환하게 웃는 미소가 감동적이다.


이 학교의 선생님들만 봐도 하루 11교시 이상되는 수업시간이 힘들 만도 한데 표정은 늘 밝고 유쾌하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에너지를 주려고 할 때도 많다.

이들이 얼마나 유쾌한지 교실 복도며 기숙사실 복도, 화장실 등에서 마주치는 선생님 혹은 직원들 중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에 심취하신 분들이 있다.

전문 가수처럼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어느 필리핀 직원은 마치 인도영화나 뮤지컬 영화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았다.(자세히 보니 그분이 임산부셨는데, 태교활동의 하나였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학교 주변은 학교 건물과 몇 개의 리조트 말고는 자연과 판잣집만 간혹 보이는 말 그대로 깡촌이다.

우리 방은 베란다가 학교 뒤쪽을 향해 있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이다.

빨래를 널러 베란다로 나가면 멀리서 누군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 동네 아이들이다.

여섯일곱씩 모여있는 아이들은 모두 차림새가 허름하다.

나를 애타게 부르는 이유는 먹을 것을 원해서다.

나는 능숙하게 봉지에 잔돈이나 먹을 것을 넣고 잘 묶은 후 아이들이 맞지 않도록 잘 피해서 베란다 밖으로 힘껏 던진다.

처음 이 아이들을 발견했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같은 인간인 내가 불쌍한 아이들한테(강아지도 아니고) 동전이나 먹을 것을 던져주는 행위가 맞는가?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던진 것을 아이들이 아주 기쁘게 받아가는 것을 보고 잘했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로는 가끔 찾아오는 이 아이들에게 모아 놓았던 동전과 과자 같은 것을 던져주고는

'얘들아 싸우지 말고 나눠먹어라'라며 당부도 잊지 않고 한 후 쿨하게 방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내 딸 같은 어린아이들의 상황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나는 원래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지길 바라며 자유롭지 못한 내 환경에 힘들어하기도 하였다.

물론 지금도 내 삶에 불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 사람들이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보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겸손하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항상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도움을 주고, 그리고 스스로 더 성장하고 그래서 주변에 더 크고 좋은 영향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욕심꾸러기인 나를 반성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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