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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Nov 09. 2022

6. 기술영업 = 관계의 영업?

연줄주의

영업을 하다보면 당연히 조그마한 거래처 여러군데를 거래하는 것보다 대형고객사 한두군데를 거래하는 게 시간적으로도 매출규모로도 효율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보통 대형기업의 경우, 일개 기술영업사원이 접근해서 제품을 납품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대기업의 경우 구매팀이나 품질팀이 별도로 있겠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있고 품질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Cost-saving을 목적으로 견적을 마구잡이로 받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년 혹은 수십년간 거래한 업체가 있다면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그 끈을 자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A기업 품질팀 이사 a가 A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B기업의 대표b와 친하다고 해보자. 여기서 친하다는 부분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에 해당하거나 혹은 동네주민이거나 등등 어떤 이유에서건 같이 부부동반을 해서 모임을 하거나 저녁식사를 같이하는 등 친구같은 관계가 형성되어있다고 가정한다. A기업의 구매팀에서는 납품비중이 큰 B제품의 계약단가를 인하하거나 대체재를 찾아 비용을 절감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내부 사정을 회의시간에 확인한 a(품질팀 이사)는 b에게 연락해서 A기업에서 단가절감의 일환으로 B기업 제품의 대체재를 찾으려고 하는데,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b씨는 품질팀에서 B기업에서 납품하는 제품과 A기업 제품의 호환성을 강조하면서 구매팀에 제품호환성 때문에 변경하기가 어렵다고 코멘트를 해달라고 한다. 만약 품질팀에서 동등사양의 대체재로 바꾸더라도 호환성이나 제품사용에 익숙해지는 측면 때문에 비용절감효과보다 마이너스 되는 부분이 생길테니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피드백을 하면 솔직히 A기업 구매팀에서는 막무가내로 대체제를 찾아 더 싼 제품으로 바꾸자고 언급하기 부담스러워 진다.


상황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위와 같이 서로 친한 관계에 있다면 내부정보를 미리 주고, 방안을 고려하게끔 만들어 매출을 유지해주거나 서로 득이되게끔 상황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친한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 MZ에 해당하는 2030 세대에 들어서는 단순히 밥 먹고 술 마신다고 간쓸개 다 빼주는 친구가 되진 않지만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과정에 어려운 상황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정(情)'문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회사에서 주요 결정권자로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40대, 50대에 위치해 있고 이들은 학연 지연 혈연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서 사업을 확장시키고 이끌어 왔다.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였겠지만, 아예 모르는 생면부지 남과 그래도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제품을 소개받을 때 후자가 그나마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친구에게 뒷통수를 맞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 일종의 Reference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내 관계 속에 편하게 들일 수 있다.

https://brunch.co.kr/@iankang/50

 

이렇게 한 사람의 관계 속에 들어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다 보면, 사석에서도 회사얘기를 할 때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임에도 친구에게 의견을 구하듯 물어볼 수도 있고, 그런 의견이 실제로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일례로 영업에 들어올 때, 아버지가 일하는 특정지역을 언급하니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화색이 도는 걸 느꼈다. 관련지역에서 지원자가 많이 없었는데, 지원자 중에 마음에 들 뿐더러 영업을 집중하려는 지역에 연고를 둔 지원자가 있으니 지역연고를 이용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했다. 물론 서류와 면접 부분에서 탈락이나 합격의 당락을 결정지을만큼 큰 변수는 아니였을 수 있지만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되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객사를 만나다보면 고객이 나보다 다른 영업사원을 더 편하고 친구처럼 여긴다면, 당연히 해당 고객은 나보다 더 편한 상대편에게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더 많은 정보를 자연스레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기술영업이나 일반영업이 관계라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은, 상대방(고객)이 나를 관계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줄 수 있는 이점들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이 그저 내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관계에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내가 A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왔고, 고객은 A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자신의 관계 속에 집어넣게 된다. 그 와중에 매일 만나서 사업적인 얘기도 하고, 가정생활 얘기도 하고, 관심사나 취미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면서 더 많은 정보와 얘기들을 나눌테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의 기술력과 제품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관계 속에 들어갈 수도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술영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활용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무임은 분명하다. 그 와중에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연줄은 영업을 함에 있어 플러스요인 혹은 더 쉽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공통점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모든 관계도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이 없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고객도 사람인지라 백이면 백 맨날 정보만 주고 밥만 사고 할 수는 없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되받아야지 라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간혹 그런 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비슷한 정보나 상황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서로 해피한 관계가 유지된다. 결혼생활에서도 어느 한쪽에 무한정 애정을 주면서 시작하더라도 결국엔 그 애정을 무한히 주는 게 굉장히 어렵듯이,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한쪽만 무한히 희생하고 무한히 정을 공급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기술영업을 할 때 고객을 곧 친구라고 생각해보자. 내가 이미 기술영업을 하고 있다면 내 뒷배경에는 이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전제는 잊어버리고 고객이 나이가 적든 많든, 꼰대건 아니건 내 수 많은 친구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대하기가 쉬울 때가 많다. 학교다닐 때 아무리 싫은 친구가 있어도 학교에 가면 그 친구를 안 볼 순 없다. 피해가거나 숨을 순 있지만 어떻게든 학교 안에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때면 그 친구와 절교하고 아예 안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서로 안좋은 점을 얘기하고 서로 의사를 존중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엔, 아예 상종도 안할 수도 있겠지만...!)




고객도 마찬가지다. 관계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 안좋았던 관계의 고객이 내 속내를 듣고 나를 관계에 받아들이기도 하고 혹은 관계에서 내쫓아버리기도 한다. 후자라면 어떻게든 다시 들어가야 겠지만 모든 관계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던가.

그 시간이 쫓겨난 시간이라면 어떻게든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고객들도 내 친구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친구에게는 먼저 사과하거나 먼저 손길을 내밀 수도 있고 먼저 밥을 먹자고, 혹은 시간을 보내러 PC방을 가든 등산을 하든지 간에 제안하기도 쉽다. 사업을 통해 만난 사람이지만 고객도 그냥 사회에서 만난 친구라고 생각해보자. 학교다닐 때 친구와는 분명다르지만 그래도 이러한 마음가짐이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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