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프롬 – 사랑의 기술
"사랑은 행위이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 안에 발을 딛고 굳게 서는 것"이다."(에릭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야기할 때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는 사랑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감정의 파도처럼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매혹으로 여겨짐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독일 심리학자 에릭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능동적 행위"라고 정의했습니다.
프롬은 사랑을 단순한 운명적 만남이나 순간의 설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을 책임 있는 선택이자, 매 순간 가꾸어 나가는 여정으로 보았습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은 사랑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정처럼 들리지만, 이러한 사랑은 환상이 깨질 때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면, "사랑 안에 서 있다"는 것은 의식적 선택과 노력을 통해 관계를 깊게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프롬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나 본능의 영역에서 끌어올려, 우리가 배우고 갈고닦아야 할 하나의 기술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거나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꾸준한 노력과 내면의 성숙을 통해 키워가야 하는 능력인 것이죠.
그는 사랑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예술가의 작업 과정에 빗대어 말했습니다. 화가가 붓질을 연마하고 음악가가 악기 연주를 익혀가듯이, 사랑 역시 끊임없는 연습과 깊은 헌신이 필요한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의 흐름에만 몸을 맡기는 것으로는 진정한 사랑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 안에서 함께 자라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그리고 깊은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하죠.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랑 안에 서 있는 것"이란 표현은 사랑을 하나의 정원처럼 가꾸며, 그 안에서 책임을 다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능동적인 자세를 강조합니다. 반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은 사랑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파도로 여기는 태도를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한 관계의 핵심이 "능동적 노력과 헌신"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에서 서로를 위해 꾸준히 행동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따뜻한 칭찬 한마디, 진심 어린 경청, 감사의 표현 같은 작은 실천이 쌓여 관계의 깊이를 더합니다.
가트맨은 또한 부부 관계에서 긍정적 상호작용과 부정적 상호작용의 비율이 5:1일 때 관계가 안정적이라는 "매직 비율"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프롬이 강조한 사랑의 실천적 측면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사랑은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가꾸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무관심이나 비난, 방어적인 태도는 관계의 뿌리를 서서히 약화시키며 사랑의 지속성을 위협합니다. 이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으로만 여길 때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프롬이 말한 사랑은 단순히 첫눈에 반한 설렘이나 일시적인 감정의 상태를 넘어섭니다. 그는 사랑을 성숙한 관계를 위한 능동적인 행위로 정의하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거나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내면의 성숙을 통해 키워가는 능력입니다.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사랑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끊임없이 돌보아야만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꽃에만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원사처럼 책임감과 헌신으로 가꾸어야 비로소 깊이 있는 관계를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프롬이 제시한 사랑의 기술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랑은 단순히 설렘이나 감정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감과 노력을 동반할 때 비로소 깊이를 더합니다. 가트맨의 연구 역시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며, 사랑이란 서로를 위해 행동하고 관계를 정성껏 가꾸어가는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나요? 당신의 정원 속에서 매일의 작은 실천과 헌신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