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의 작은 보물, 번데기!
요즘 번데기는 예전처럼 커다란 솥에서
김을 내뿜으며 팔지 않는다.
마트의 선반 한쪽에, 손바닥만 한 캔 속에
차곡차곡 들어앉아 있다.
콤팩트한 그 모습은, 길거리 간식에서
현대인의 ‘간편 단백질 식품’으로 변신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번데기는
은근한 인기를 누린다.
닭가슴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입맛과
영양을, 고소하고 쫄깃한 번데기가
대신한다.
생수를 부어 헹구듯 씻고,
생강과 간장, 소금 약간으로 간을 하면
단백질이 가득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한때는 초등학교 입구에서 아이들의
군것질거리였던 번데기가, 이제는 운동하는
사람들의 ‘작은 보물창고’가 되었다.
시대와 입맛이 바뀌어도, 그 안에 담긴
영양만큼은 변함이 없다.
88 올림픽을 장식한 태극소녀였던 미나와
그녀의 17세 연하 남편이 닭가슴살에
질려서 번데기를 먹는다고 했다.
고단백 식품, 번데기와 누에,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나는 오늘 단백질 식품이라는 말에 쿠팡에서
'번데기'를 주문했다.
1975년,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이다.
작고하신 우리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농산물검사소'에서 근무하셨다.
그 당시는 번데기와 뽕잎에서 사는
누에고치를 검사해 양질의 제품을 골라내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농산물에 '합격증'을 주는 일이
잘은 모르지만 아버지의 주 업무였던 것
같다.
당시 우리 집엔 어느 한 철에 누에고치가
대청마루의 한편을 차지하며 있었다.
그들이 오면 대청마루의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누에가 고치에서 가끔 나방이 되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집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고, 우리 가족에겐 일상의
일부였다.
누에고치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방이 되어
날아다니면, 아버지는 커다란 소주병에
나방을 조심스럽게 병 속에 넣었다.
그 순간 평범한 대청마루가 ‘보약 제조실’이
되었다.
어린 나는 그 장면을 초등학교 때부터 수도
없이 봐왔다.
투명한 병 속에 하얀 날개를 접고 가라앉아
있던 나방, 그리고 그 향을 품은 술은
어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귀한 약이었다.
가끔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번데기를
사 오셨다.
그렇지만 누에고치에서 나온 번데기를
비위가 약한 나는 먹지 못했다.
누에고치 속에서 꿈틀대던 누에의 모습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작은 생명이 하얀 실을 토해내며 고치를
짓는 그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징그럽고도
신비한 장면이었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고단백식품, 번데기를
친구들은 맛있다고 먹었다.
이제는 그 시절의 그 멋스러운 풍경조차
사라졌다.
나는 번데기 통조림을 마트에서 볼 때마다,
문득 대청마루 한편에서 아버지가
소주병에 나방을 넣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속엔 단백질이 아닌, 세월과 정성,
그리고 우리 집만의 독특한 기억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나의 아들은 내가 '번데기'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니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번데기는 미래 식량이 되어
줄 벌레예요!"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보면 나오는
장면이라고 한다.
‘미래 식량’이라는 단어 뒤에 ‘벌레’가
붙으면, 사람들의 표정은 단번에 굳는다.
식탁 위에서 마주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도 않았던 생물이다.
그것을 먹으라는 말은, 마치 인간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제안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경제는 이미 이 단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사육 공간이 적게 들며,
환경 부담이 낮다는 이유로 곤충은
미래 인류의 구원자로 주목받는다.
귀뚜라미, 갈색거저리, 밀웜, 그리고
어린 시절 시장 골목에서 보던 번데기까지.......
‘벌레’는 이제 ‘자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문제는 '혀'가 아니라 '마음'이다.
인간의 식습관은 단순히 영양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문화와 기억이 겹겹이
쌓인 역사다.
나에게 '번데기'는 어린 시절 간식 냄새를
떠올리게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절대 넘을 수 없는 심리적 장벽일 수 있다.
어쩌면 ‘벌레를 먹는다’는 건 단백질
섭취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받아들이는
용기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거부하는 건 그들의 맛이 아니라,
우리의 익숙함을 깨뜨리는 '낯선 감각'
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미래 식량 벌레’라는 말은
더 이상 이질적인 조합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평범한 풍경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https://suno.com/s/7YALhRKyY5G4mO17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아버지 손끝에 머문
작은 고치 하나
하얀 실로 감싼 세월
그 안에 숨 쉬던 꿈
부엌 한편 소주병 속
하늘을 잃은 날개
그 향이 번져가면
집안 가득 보약 냄새
번데기 한 숟갈에 어린 날이 돌아오고
나방의 날갯짓 속에 아버지 웃음이 숨어 있네
미래 식량이란 이름 붙어도 변치 않을 건
그 시절 우리만의 따뜻한 풍경
2절
징그럽다며 피하던
그 작은 생명의 눈빛
이젠 알 것 같아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
세상은 낯선 맛을
미래라 부르지만
내겐 기억의 맛이
더 깊은 양념이 되네
번데기 한 숟갈에 어린 날이 돌아오고
나방의 날갯짓 속에 아버지 웃음이 숨어 있네
미래 식량이란 이름 붙어도 변치 않을 건
그 시절 우리만의 따뜻한 풍경
작은 날개는 날아가도
그 추억은 남아
오늘도 내 마음 한편에서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