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웃을 일만 남았죠
첫째 아이가 7살, 둘째 아이가 3살 때의 일이다.
첫째가 올해 1학년이 된 아이이니,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불과 몇 개월 전, 내 우울증 증상은 심각한 정도였다. 예능을 봐도 울고, 뉴스를 봐도 울고, 말도 안 되게도 눈물이 많이 나서 일상이 울음이었고, 안 그래도 예민하고 기복이 심하던 내가 점점 더 우는 날이 많아지고 불안하고 긴장의 연속인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힘든 건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이후에 생각해 보니 엄마만 바라보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눈치를 챘던 것 같다.
하루는 저녁식사를 하고 후식을 먹은 이후에 장기자랑처럼 매일 노래와 춤을 보여주던 아이들이 첫째의 주도 아래 '내가 호 불어줄게요'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때의 아이들이 정말 엄마가 힘들어서 그 노래를 불러 주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그 노래를 불러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래를 불러 주던 그 순간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그날 두 아이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그날의 아이들 목소리를 영상에 담아두고는 아직도 종종 꺼내어 본다.
지금도 종종 아이들은 내가 힘들 때면 내 기분을 살피고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며 나를 웃겨줄 때도 있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엄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랑을 줘야 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받는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어쩜 이렇게 예쁘고 귀한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
그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살아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제 분명 웃을 일만 남음이 틀림없다.
어디가 아프세요 많이 아프신가요 너무 아파서 울었나요 마음도 상했나요
내가 호 불어줄게요 천사도 함께 하지요
기쁨을 여기 놓고 갈게요 이제 웃을 일만 남았죠
-내가 호 불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