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나는 누구보다 먼저 장갑을 끼고 두툼한 옷을 입는다. 추운 곳에 가면 두드러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 알레르기가 처음 발생한 작년에는 이래저래 두문불출했었다. 올해는 산책은 못 하더라도 필요한 외출은 최대한 따뜻하게 입고 씩씩하게 다니기로 결심했다. 기모 바지를 입고 후드가 달린 긴 패딩 코트를 입고 가죽 장갑과 스카프로 중무장한 나를 보고 실내에 있던 사람들은 “밖에 많이 추워요?” 하고 물었다.
“그렇게 춥지는 않아요.”장갑을 벗고 패딩 코트의 지퍼를 내리며 내가 대답했다.
어제는 헤어 커트를 하러 갔다.
“겨울이니까 더 짧게 잘라주세요.”
내가 요구했다.
“네? 겨울이니까 더 짧게요?”
매번 더 짧게 잘라달라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내게 어울리는 정도로 조금씩만 커트해 주는 헤어디자이너가 물었다.
“뒷머리가 기니까 스카프 할 때 걸리적거려서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머리숱에 비례해서 머리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파마도 하지 않는다. 정기적인 염색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애를 쓰고 있는 머리카락을 위해서다. 그렇다고 머릿결이 썩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모로 가만히 분하고 슬며시 우울하다.
다행히 주변에 훌륭한 선배들이 있어서,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만 살아야지 결심하고 마음을 다진다. 그들이 약한 소리를 하면 내가 “엄살떨지 말고 힘을 내요. 당당하고 꿋꿋하게 파이팅!” 하며 농담인 듯 등을 떠밀곤 한다.
내 등을 떠미는 건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다. 별것 없는 이야기를 들여다봐주는 다정함에 기대어 올가을과 겨울을 재미있게 살고 있다.
고마워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