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의 고생을
한번 더 하고 오세요
예상치 못한
완치 유예선고를 받은
2024년 8월 28일
그날은 사실 우리 부부의
2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작고 큼에 상관없이
마음을 다한 자신만의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해줬던 남편이었지만
올해만큼은 특수상황이기도 하고
결혼기념일 당일에
3개월 간의 추가 투병생활을
선고받은 만큼
우리 둘 모두 병원에서 돌아온 뒤
저녁을 먹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도 끼니를 거르면 안되겠다 싶어
배송 온 병원 밥을 몇숟갈 뜨려는데
화장실 간다고 잠시 자리를 뜬 남편이
손에 자그마한 포장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해요
이게 뭐에요?
풀어봐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난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포장박스 안엔
서툰 글씨로 써내려 간 편지와
마치 여왕처럼 앉아
자신만의 빛을 발하고 있는
아주 예쁜 큐빅 목걸이가 있었다.
왠 목걸이에요?
당신 목에 걸면 예쁠 것 같아서요
지금은 찰 수도 없는데요....
당신 퇴원하는 그날 내가 목에 채워줄게요
그날 당신 목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이 될 거에요
난 믿어요
그날까지 포기하지 말고 버텨줘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품에 꼭 안았다.
그리고 한 참을 그의 품 안에서 울었다.
난 반드시 살아서 나갈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을 가진 여자
난 반드시 그 여자가 되어
일상으로 돌아갈거야.
<틈새공지> 사고 180일차가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뽀공부부입니다.
벌써 울릉도에서 교통사고로
경추골절환자가 된지
30일이 6번 흘렀네요.
오늘이 정확히 6개월을 채우는 날입니다.
사고가 난 당시에는
사고 이후의 6개월의 시간까지는
상상하지도, 아니,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운명의 시계는 결국
저희를 이 지점까지 끌고 왔군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축하해주세요.
마음껏 응원해주세요.
잘 견뎌왔다고, 장하다고
대견하다고
앞으로 얼만큼의 레이스를
더 견뎌야할 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말고 지금처럼
살아달라고, 버텨달라고
토닥토닥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6개월 간의 이 긴 여정을
함께 해 주신
쓰레드 수많은 독자분들께
감사인사도 올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오늘만큼은 소소하게
치킨먹으며 자축(?)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