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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Dec 31. 2019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함을 배우는 시기"

08.

나 자신을 마주했던 2019년


2019년 1월 1일, 신문 한 귀퉁이 나의 신년 운세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입니다. 운세 따위 관심 없던 제가, 신문 한편에 쓰여 있는 운세에 적혀있는 삶을 살 줄은 몰랐습니다. 운세 마지막에 적힌 '비움'이라는 말이 정확했습니다. 저는 올 한 해 저를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비워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 비움의 과정에 브런치 작가 활동이 있었습니다. 알 몽드만의 콘텐츠를 만든 시간을 리뷰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알몽드의 시작

알몽드를 시작하기까지 꽤 요란한 내적 갈등이 있었습니다. 번아웃, 공황, 포기, 불안감... 중심을 잃고 휩쓸리고 있었습니다. 폭풍 같던 시간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잠시 내려놓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던 것을 내려놓고 잠깐 쉬는 것이 제게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장 본질적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삶의 가치관이었습니다. 함께함과 연결됨이라는 가치관을 분명히 했고, 제가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 인지 확실하게 했습니다. 그 가치를 추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저답게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방향성을 찾은 그 순간과 모습을 '알맹이가 있는 삶'으로 표현했습니다. 진짜 나에게 중요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 알맹이가 있는 삶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알몽드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Amande'는 프랑스어로 '아망드'라고 읽고, 뜻은 아몬드, 그리고 과일의 '씨'라는 뜻 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알맹이 또한 핵심,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뜻하므로 이 둘을 합쳐 알몽드가 탄생했습니다. 

향과 확신이 생기면 표현하고 싶어 집니다. 깨달음을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쉽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일기를 넘어 폭풍과 방황 속 저 자신만의 주제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음식과 마음챙김이 저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두 가지 주제: 음식과 마음챙김 명상

방황이 잠잠해진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마음먹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리하고 베이킹하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항상 즐겁습니다. 유튜브에서 전 세계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보고, 직접 만들어 보고 먹는 일이 너무 재밌습니다. 요리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 라고 한 것은 제가 확실히 기쁨을 느끼는 일이 바로 음식과 관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알몽드네 레시피] 매거진에 <파란 뚜껑 글래드락 도시락 한 끼>, <Dessert my life>, <지금 냉장고와 팬트리에서>라는 하위 콘텐츠를 통해 직업 만든 도시락, 베이킹, 그리고 각종 요리에 대한 레시피와 사진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음식은 제가 현재 좋아하는 것을 뚜렷하게 주제로 삼을 것이라면, 마음챙김 명상은 제가 앞으로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주제로 잡은 것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한 명상 어플리케이션 Headspace는 어찌 보면 제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진정한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름 내면의 성장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챙김이 지닌 태도, 삶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힘들고 지친 누구에게나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챙김을 명상으로서 실천할 뿐 아니라, 심리학 석사를 공부한 전공생으로서 마음챙김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통해 더 많이 알고 싶었습니다. [알몽드의 마음챙김] 매거진을 통해 마음챙김에 관한 심리학적 지식과 마음챙김이 주는 따뜻한 감성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음식과 마음챙김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도 개발했습니다. 매거진 [MindFoodEssay]를 통해 음식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챙김의 메세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의 완성은 함께 먹기'에서  제가 만든 요리와 음식을 먹으며 함께함, 연결됨이라는 마음챙김의 핵심 주제를 표현했습니다. 또한 '버블없는 흑당 밀크티'에서 현재의 감정, 배고픔을 알아차리는 경험을 흑당 밀크티에서 발견하고 그때의 느낌을 마음챙김과 연결하여 보여주었습니다.



비워냄과 가지치기

비워내는 시간의 기록이 바로 알몽드 브런치를 운영하는 일이었습니다. 즉,  좋아하는 것과 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곧 지금까지 달려온 인위적인 삶을 털어내고 비워내는 일이었습니다. 내 삶의 가지 치기로 볼 수 있습니다. 가지 치는 과정에서 단순히 요리와 명상만 할 뿐 아니라 많은 책을 읽었고, 책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고 기록하였으며, 일기를 쓰며 생각과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용기도 얻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참석하며 이런저런 일에 시도하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거절당할 때마다 조금 위축되지만, 그래도 점점 단단해지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가지를 칠지, 그리고 어떤 가지를 남길 지를 정하는 것도 아직 어색하고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서툴지만 중요하지 않은 가지와 풀을 자르고 다듬으니 비로소 본질이 보입니다. 나다움이 보였습니다. 비워냄을 통해 마주한 진짜 내모습을 알았으니 이제 그 모습을, 가장 본질적인 나 자신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2019년의 알몽드. 2020년에도 알몽드는 그다음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he Next Right Thing"

가지 치기 한 직후의 나무 모습은 참으로 못생겼습니다. 게다가 꾸준히 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가지가 생기며 볼품이 없습니다. 지금은 그리 예쁘지 않은 나무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연마하고 능숙해지고, 더 단단해 지기까지 기다림과 견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견뎌야  시간은 어둡고, 괴롭고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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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어질 때마다 주문처럼 이 말을 되뇝니다. "The next right thing". <겨울왕국 2>의 주인공 안나가 말한 이 대사를 따라 합니다. 안나에게 많이 감정 이입을 했던 이유 안나가 친구들을 잃고 동굴 속에 혼자가 되었을 때 느낀 고독함과 외로움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안나는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을 냈습니다. 멀리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빛에 닿을 때까지, 자신을 믿고 그다음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알몽드의 브런치 또한 그다음 해야 할 일을 합니다. 한 걸음씩, 처음의 마음가짐과 동시에 더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 여정에 구독자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기쁘고 연결되어 영광입니다. 알몽드를 구독해주시는 많은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비워냄의 시간이 생긴다면, 그 시간에 제가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19년을 기억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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