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일 확진자 수 100명 이하. 희망의 공기를 맛보았지만.
<팬데믹 다이어리>는 일본 도쿄에 혼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데이수가 보낸 2020년의 기록입니다. 팬데믹의 해 2020년을 보내며,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일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때는 출근도 기뻤다.
6월 28일에 전 세계 코로나 환자수가 1천만 명을 넘었다고 하데요. 그때는 그게 되게 놀라운 소식이었어요. 언젠가부터 ‘몇 명’이라는 뉴스에 관심이 덜 가기 시작했거든요. 매번 늘기만 하고 줄지는 않으니 관심 가지기도 지쳤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뉴스에서 ‘1천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이야기하니까,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새삼 숫자를 확인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으로서는 6월 한 달이 그래도 희망적인 시기였습니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수가 매번 100명 아래를 유지했거든요. 희망적인 싸인이었죠. 사재기로 인한 생필품 부족 문제도 차츰 해결이 됐어요. 마트의 휴지나 쌀 코너가 다시 풍성해졌고, 오프라인 점포에서 마스크를 사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됐습니다. "일본은 개인위생에 철저하고 마스크를 잘 쓰니까 코로나 위기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맘때쯤 선데이수도 재택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지하철에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 한 90% 정도는 되겠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돌아왔어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조차 기쁘더군요. 이상한 얘기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감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아요.
회사에 돌아가니 자리마다 아크릴 가림판을 설치해주었더군요. 처음에는 옆 자리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불편한가 싶었지만, 익숙해지니 그것도 나름 참을 만 했어요. 오래간만에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느끼니 긴장했던 마음도 좀 풀리는 듯 했습니다.
그간 미뤄왔던 프로젝트들을 조심조심 시작하고, 꼭 필요하다 싶으면 외부 미팅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올해의 업무실적을 돌아보니, 6월에서 7월 사이에 많은 일을 했더군요.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은거죠.
사람이 참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7월에는 일본 언론이 '코로나 제 2파'라고 부르는 어려운 시기가 다시 돌아왔었습니다. 6월의 희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의욕적으로 계획한 일이 많은데, 7월에 상황이 달라져 생각처럼 잘 안 되게 된 것을 억지로 꾸역꾸역 마무리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 의미에서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는 한해였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두기’의 시대, 오히려 가까워진 관계도 있다.
2020년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거리두기’가 적절할 것 같네요.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져야 했던 시대지만, 오히려 가까워진 관계도 있습니다. 선데이수의 경우에는, 해외에 나와 살게되면서 끊어졌던 한국에서의 관계가 온라인 세상에서 다시 연결될 수 있었던 게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선데이수에게는 7년 동안 함께한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 책을 읽고, 일요일 오전에 만나 책에 대해 수다를 떠는 모임입니다. 선데이수가 20대 중반일 때 시작해서,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를 정립하기까지의 ‘오춘기’를 함께 보낸 사이입니다. 선데이수가 일본에 온 이후에도 모임은 계속되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선데이수는 참석하지 못하고 매번 그리워하고만 있었어요.
올해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자,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모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멤버가 온라인 모임을 제안했습니다. 선데이수에게도 물론 반가운 소식이었죠. 그렇게, 일요일 오전마다 알람 없이도 절로 눈 떠지게 해 주는 일정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온라인으로 잘 연결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더군요.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선데이수의 브런치 매거진 <일요일엔 책을>에도 상세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undaybook
서로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디오가 물리는 게 그나마 아쉬운 점일까요.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는 오디오가 물리든 말든 지방방송을 하면 됐는데, 온라인에서 지방방송을 했다가는 누구의 말도 안 들리니까, 서로 화면으로 아이컨택을 해서 순서를 양보하거나 합니다. 양보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시끌벅적 지방방송 하던 시절이 그립더라구요.
그래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회사 사람들과 나누던 상호작용마저도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확 줄어들고, 왠지 울적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온라인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세상이 좁아지는 만큼, 온라인 세상은 확장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