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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이혜 Sep 19. 2019

7. 오해하지 마세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올라플과 철새의 차이

배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성을 다해 갈구하고 부지런히 집중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애비게일 애덤스(성차별과 싸운 여성 선각자,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이자 제6대 대통령 퀸시 애덤스의 어머니)


주변을 둘러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출처: Ricardo Gomez Angel on Unsplash)


당신 곁에 있어요


올라플은 바로 우리들 곁에 있다.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들일 수 있다.

어느샌가 곁에서 조용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이 올라플이다.

일종의 역할이면서, 동시에 능력이다.


김춘수 시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서야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올라플 역시 우리 주변에 뭉뚱그려 일컬어지던 이들이 비로소 '올라플'이라 불려졌을 뿐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꽃〉 중에서, 김춘수



호기심이 강하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올라플은 때때로 무엇 하나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오해받곤 한다.

일 벌이는 사람,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사람, 산만한 사람으로 비치는 경우도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하나만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당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되는 법〉의 저자 에밀리는 위와 같이 말하며 그런 이들을 '다능인'이라고 지칭했다.

그가 말하는 다능인이 곧 올라플이다.



올라플과 철새는 다르다.


올라플은,

1. 오랜 시간 호기심을 유지하고,

2. 끊임없이 생각하고,

3.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오랜 시간 호기심을 유지한다


짧은 기간 동안 관찰한 올라플은 산만하고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을 조금만 늘려보면 그들의 관심사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꽃과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예쁜 꽃을 꺾어 코팅하고 이를 선물하던 그녀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꽃을 배웠다.

입학식/졸업식 시즌이 되면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어 인근 학교 앞에 가서 팔아보기도 하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소하게 주문을 받아 배송하기도 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베이킹을 배우고, 한식과 양식 자격증을 따고, 집에서 푸드 스타일링을 하여 꾸준히 블로깅을 했다.

그런 그녀는 공간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재능을 살린 판매를 통해 제법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녀의 노력은 삼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양한 재능이 비즈니스로 연결된 것은 청소년 시기를 제하더라도 무려 20년이 지난 후였다.

그때까지 그녀의 노력은 그저 값비싼 취미 생활에 불과했고, 바쁘게 사는 것을 즐기는 직장인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호기심 가득한 활동에 대하여 돈지랄이라며 비난했지만, 그녀는 기어이 돈지랄을 돈벼락으로 바꿔냈다.


그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올라플의 가치는 단기간 안에 평가될 수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올라플은 단기간 내에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올라플의 가치는 긴 시간을 두고 차츰 더 드러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대개 올라플은 자신이 가진 여러 개의 재능을 어떻게 통합할까 고민한다.

어차피 동일한 몸뚱이에서 발현되고 있는 능력인 만큼,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골똘히 고민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는 직접 실행해 본다.

그동안 그들은 시도를 통해 깨닫고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왔기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곱씹는다. '왜 성공했을까?', '왜 실패했을까?'.


그들의 이러한 생각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어느새 그것은 먹이를 기다리는 사자와 같이 변화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표물이 포착되면, 그동안 해왔던 생각의 고리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성과를 낸다.

응축된 고민의 결과이자 화두의 해소다.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올라플이 생존하는 방식은 마치 카멜레온과 같다.

그들은 처한 환경을 그대로 흡수하고 거기에 자신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때로는 이런 성향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수용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색이 아닌 질감으로 승부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명화는 색과 조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출처: Paweł Czerwiński on Unsplash)



올라플의 가치는 시간이 증명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올라플은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전에 스러져 간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며, 사회에서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올라플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같은 산만하고 제대로 하는 일 없는 철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1. 일은 반드시 완료할 것

일은 성공과 실패에서 가름하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하여 결과를 보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평가된다.

끝까지 가보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불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과오는 범하지 말자.


2. 자신의 호기심과 재능을 궁굴릴 것

올라플의 가치는 잠재되어 있는 파이프라인이 어떤 형태로 통합되어 발현되느냐에 달렸다.

그것은 때로 시대가 제시하는 기술일 수도 있고, 트렌디한 매체일 수도 있다.

비단 올라플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올라플에게는 응축과 철학을 위한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세상에 드러냈을 때 비로소 주목받는다.


그러니, 자신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소재들과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나열하고, 나열된 것들을 이리저리 융합해 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그것이 기회가 왔을 때, 이를 포착하고 획득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3. 조급하지 말 것

타고난 재능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을 책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기까지 나를 비롯한 많은 올라플들이 자신의 능력을 저평가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거듭 말하지만, 올라플은 시간을 통해 비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조급한 마음에 자신을 재단하고 깎아내리지 말자.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올라플에 대하여 이야기했을 때, 어느 중소기업 대표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담벼락으로 비유하면
스페셜리스트는 벽돌이고,
올라플은 그 사이를 채우는 시멘트 같다.


올라플은 타고난 커넥터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능력과 능력을 연결하며, 시간과 공간을 채운다.


그들에게 있어 재능이란 독보적이기보단 상호보완적이며 융합하는 성격을 띤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사회의 인정과 각광은 보편적인 반면, 올라플에 대한 가치는 크게 드러난 바가 없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출처: Duy Pham on Unsplash)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조직에 필요 없는 인재 역시 없다.

뛰어난 재능을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그들 사이를 오가며 일의 전반을 꾸려나가는 사람도, 빈틈의 보완을 통해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도 모두 꼭 필요한 인재들이다.


결국, 필요한 사람을 쓰는 인재 관리 시스템 속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이들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수장의 몫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고 싶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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